[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전세계 투자자들 사이에 ‘리스크-온/오프’라는 용어가 사라졌다.
미국 금융위기 이후 자산시장의 방향은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자들의 선호도에 따라 ‘리스크-온’ 혹은 ‘리스크-오프’로 수렴했으나 이는 더 이상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 회자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11월 예상 밖의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와 무관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월가 트레이더들 <출처=블룸버그> |
24일(현지시각) 모간 스탠리는 보고서를 통해 자산시장의 상관관계가 붕괴되고 있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주요 자산과 지역 그리고 개별 종목간 상관관계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승리를 계기로 허물어졌고, 이 때문에 더 이상 ‘리스크-온/오프’의 논리가 통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 같은 현상은 일반적으로 경제 사이클의 종료 시점에 나타난다는 점에서 가볍게 여기기 어렵다고 모간 스탠리는 강조했다.
파니키란 나라파라유 전략가는 보고서에서 “전세계 자산시장의 상관관계가 급속하고 과격하게 무너져 내리고 있다”며 “불과 4개월 사이 시장 곳곳에서 탈동조화가 급부상했다”고 전했다.
그는 최근 시장 전반에 걸친 상관관계 하락은 지난 10년 사이 보지 못했던 일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모간 스탠리가 집계하는 글로벌 상관관계 지수는 지난해 미국 대선 이후 약 47%에서 수직 하락, 최근 20%를 밑돌고 있다. 지수는 6개월간 자산시장의 상관관계를 나타낸다.
특히 세 가지 측면에서 이 같은 움직임이 두드러진다고 모간 스탠리는 판단했다. 먼저, 자산시장간의 동조화 붕괴다. 유럽과 일본의 금리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각 지역별 정책과 정치, 환율 움직임에 괴리가 발생하면서 시장간 상관관계가 떨어졌다는 설명이다.
자산간 상관관계도 마찬가지다. 달러화 강세가 투자자들의 예상과 달리 미국 주식시장에 흠집을 내지 않은 데 따라 주가가 오른 반면 채권 가격이 떨어진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
마지막으로 뉴욕증시 내부의 종목간 상관관계 역시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고 모간 스탠리는 주장했다.
연방준비제도(Fed)의 값싼 유동성에 기대 동반 상승했던 주식시장의 기류가 이른바 트럼프 트레이드의 등장으로 전면 수정, 개별 종목 거래에 무게가 실린 결과로 풀이된다.
모간 스탠리는 이 같은 상관관계 하락이 기존의 경기 사이클의 종료를 시사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개별 자산이 전반적인 경기사이클보다 특정 현안에 영향을 받으면서 나타나는 결과라는 얘기다. 자산 가격을 움직이는 요인이 다각화되면서 상호간의 연관성이 약화됐다는 것.
모간 스탠리는 ‘리스크-온/오프’ 논리를 근간으로 한 헤지 전략이 앞으로 효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자산시장의 상관관계와 시장 변동성이 앞으로 상승하는 시나리오를 전제로 할 때 금과 유로화, 일본 주식이 투자자들에게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