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경세 추진에 나서면서 ㈜아메리카가 양갈래로 분열되는 양상이다.
수출 업체와 수입 업체들이 각각 로비 단체를 구성, 정부에 상반되는 목소리를 내는 한편 양측 기업들 사이에 마찰이 급속도로 고조되고 있다.
주요 기업들 사이에 균열이 트럼프 행정부의 30년만의 세제 개혁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월마트 <출처=AP/뉴시스> |
26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제너럴 일렉트릭(GE)과 다우 케미칼, 보잉 등 수십 개 기업 경영자들이 연합체를 구성, 국경세 도입을 적극 옹호하기 위한 로비에 착수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월마트와 코츠 등 수입 비중이 절대적인 기업들이 한 데 뭉쳐 강력하게 반기를 들고 나섰다.
월마트는 이번주 세제 담당 경영진을 워싱턴 의회에 보내 국경세 도입에 따른 후폭풍을 경고할 예정이다.
수출 업체에게 세금 부담을 떨어뜨리는 한편 수입 관세를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한 국경세가 본격 도입될 경우 모든 유통 업체들이 가격 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고, 이는 내수 경기를 강타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의류 업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의류의 98%가 해외에서 제작되며, 이 때문에 국경세 도입으로 일부 업체의 경우 세금 부담이 세전 이익의 3~5배에 이를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국경세는 하원 공화당이 제안한 세제 개혁안의 골자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를 둘러싼 이해 상충과 마찰로 트럼프 행정부의 세제 개혁이 출발부터 삐걱거리는 상황이다.
미국 무역부와 컨설팅 업체 언스트앤영(EY)에 따르면 국경세가 추진될 경우 자동차 업계의 세금 부담이 18% 가량 상승할 전망이다.
그 밖에 비재구제 제조업과 유틸리티, 유통 및 의류, 건설 및 광업 부문의 세금 부당 역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화학과 내구재 제조업, 컴퓨터 및 가전, 전자 장비 및 부품 관련 업체들의 세금 부담은 최저 4%에서 최고 13%까지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GE와 보잉 등 일부 기업이 국경세 도입에 반색하는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보잉 측은 미국 세금 시스템이 국제적으로 경쟁력을 갖지 못하는 실정이며, 변화가 없이는 미국 기업들이 강해질 수 없다고 주장했다.
GE 역시 국경세가 수출 업체들에게 커다란 도움을 줄 것이라고 언급, 트럼프 행정부의 개혁안을 옹호했다.
한편 과거 미국 정부가 세제 개혁에 나설 때마다 주요 기업들은 공격적인 로비를 펼치며 정책자들의 발목을 잡았다.
이번 트럼프 행정부의 세제 관련 ‘손질’에도 같은 현상이 나타났을 뿐 아니라 기업들의 움직임이 한층 더 거세다는 것이 워싱턴 소식통의 얘기다.
더그 홀츠 이켄 미국 전 의회예산국 국장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와 인터뷰에서 “미국의 세제 개혁은 늘 기업들의 반발로 무산됐다”며 “기업들이 사납게 달려들면서 정책자들이 백기를 들었던 상황이 이번에도 되풀이될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