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기락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가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씨의 첫 연결고리 단서를 ‘블랙리스트’로 결론내면서, 청와대 압수수색과 박 대통령 대면조사 시 블랙리스트에 수사력을 총동원할 전망이다.
1일 특검과 사정당국에 따르면 특검은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 명단인 블랙리스트 작성·집행 등 혐의로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 등을 지난달 30일 구속기소했다.
특검은 공소장에 박 대통령을 공모자로 규정했다. 블랙리스트 작성·집행 과정에서 박 대통령이 공모 혐의가 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과 함께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 최 씨도 공모로 적시됐다.
특검은 박 대통령이 지난 2013년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좌편향 문화·예술계에 문제가 많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고, 이후 김 전 비서실장이 블랙리스트 작성과 집행 등을 주도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 과정에서 리스트 운용에 소극적이었던 문체부 인사들이 좌천됐고, 승마계 비리를 조사했던 노태강 전 문체부 국장 등의 경질에도 박 대통령이 개입했다는 게 특검의 판단이다.
김 전 실장 등의 지시를 받은 신 전 비서관과 박준우 전 정무수석이 ‘민간단체 보조금 TF’를 운영해 좌편향으로 판단한 3000여 단체와 8000여명의 인사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보완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특검은 지난달 20일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시 최 씨를 블랙리스트 공모자로 적시했다. 최 씨가 자신의 이권에 방해가 되는 인사들을 끌어내려는 목적을 갖고 박 대통령 등과 함께 블랙리스트 작성 과정에 개입했다는 혐의다.
박 대통령과 최 씨가 블랙리스트 작성·집행에 공모자로 지목됨에 따라 청와대 압수수색과 박 대통령 대면조사를 앞둔 특검도 이 부분에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블랙리스트가 이번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수사의 첫번째 연결고리라는 판단에서다.
왼쪽 최순실 씨, 오른쪽 박근혜 대통령<사진=뉴스핌/뉴시스> |
특검은 이르면 이번주 청와대 압수수색에 이어 대면조사를 마칠 방침이다. 이를 위해 대면조사 시기와 장소 등을 청와대 측과 논의하고 있다.
다만, 청와대가 압수수색을 허가하지 않을 경우 특검 계획은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10월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진 후,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청와대 압수수색에 나섰으나 청와대가 ‘보안 구역’이라는 이유로 불허한 바 있다.
이렇게 되면 박 대통령과 최 씨의 첫 연결고리의 혐의 입증이 증거 불충분으로, 특검이 불리한 상황에 처하게 될 수 있다. 특히, 삼성 이재용 부회장 영장 기각 후 보강수사해 온 특검이 박 대통령과 최 씨의 뇌물수수 공모를 입증하는 것 역시 어렵게 된다.
이와 관련, 특검 대변인 이규철 특검보는 “청와대는 그 자체가 대통령의 기록물이 보존된 지역이고, 여러 서류는 보존 의무가 있다”며 “아무리 증거를 없애려고 해도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증거 인멸할 경우 그런 부분이 다 드러날 수 있다”고 밝혔다.
특검은 이날 최 씨를 알선수재 혐의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최 씨는 삼성전기 출신인 유재경 씨를 주미얀마 대사로 추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유 대사는 “최 씨가 추천했다”고 특검에 전일 실토했다. 특검은 최 씨와 박 대통령, 삼성과의 연결고리를 찾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뉴스핌 Newspim] 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