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이진성 기자] 새해 첫 달인 1월 수출이 전년동기대비 11.2% 증가하면서 상승기조가 이어질 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수치상 호조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사드 배치 보복과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으로 대외 수출환경이 크게 나빠질 거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수출이 403억 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동기대비 11.2% 증가한 규모지만, 2015년 같은 달 기록한 451억 달러에는 크게 못미치는 금액이다.
수출 주력품목인 반도체가 4개월 연속 증가하고, 석유제품·석유화학 등이 단가 상승 효과로 수출이 상승한 부분은 긍정적이지만 지난해 워낙 수출이 부진한 탓에 얻은 기저효과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게다가 중국의 사드배치 보복과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로 인한 자유무역협정(FTA)재협상 등으로 수출 환경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 올해 수출 목표 낙관…일 평균 수출 65개월만 최대증가율
산업부는 올해 수출 전망을 낙관하고 있다. 주형환 산업부 장관은 연초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11월 이후 수출 증가세가 뚜렷하다"면서 "올해 수출은 5100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가상승으로 인한 수출단가가 오르고 수출 주력품목인 반도체 등이 상승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지난달 수출은 이 같은 전망을 대변하듯 예상치를 뛰어넘는 수출 금액을 달성했다. 지난달 중순만 해도 전년동기대비 7%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던 수출은 4년만에 두자릿수 증가를 기록했다. 내용도 충실해졌다. 일평균 수출이 16.4% 증가해 지난 2011년 8월 이후 65개월만에 최대 증가율을 보였고, 선박을 제외한 모든 품목에서도 64개월만에 최대 증가율인 18.8%를 기록했다. 수출 물량도 2개월만에 증가로 전환됐다.
특히 반도체와 석유제품, 석유화학, 평판DP, 컴퓨터 등 8개 품목이 성장세를 이끌었다. 반도체는 스마트폰 탑재용량 증가 및 메모리 단가 상승으로 4개월 연속 증가 추세를 이어갔고, 석유제품과 석유화학·평판DP 등도 수출단가 상승으로 증가추세를 이어갔다.
채희봉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반도체와 평판DP 등은 우리나라가 다른 국가들보다 뛰어난 기술력을 가지고 있어 경쟁력이 있다"면서 "일 평균 수출이 증가하고 수출 물량도 증가한 부분을 고려하면 올해 수출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어서 긍정적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1월 수출 예상치 웃돌았지만, 낙관은 어려워
주형환 장관은 지난 31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1월 수출이 예상했던 7%를 뛰어넘는는 등 기대치를 웃돌았지만, 올해 수출목표를 수정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올해 수출목표가 사실상 전년대비 8%하락한 2015년 기록(5267억 달러)에도 못미치는 금액이다. 이에 따라 기자들은 수출 회복세가 뚜렷한 만큼 올해 수출 목표를 끌어올려 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산업부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사실상 지난달 수출 금액은 지난해 1월 수출이 워낙 부진한 탓에 얻은 기저효과라는 분석이 많아서다. 또 최대 수출국가인 중국은 사드배치 보복으로 풀이되는 한국 제품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고,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놓고 FTA 재협상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이 같은 조치들이 현실화될 경우, 증가세인 수출이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것은 불가피해진다.
산업부 관계자들도 1월 수출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대외적인 리스크를 대비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주형환 장관은 "미국의 주요 관계자들을 만나, 긴밀하게 협조를 구하고 있다"면서 "실시간 모니터링 등을 통해 대외적인 환경을 체크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난달 24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다자간 무역협정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공식 선언하자, 정부는 한미 FTA로 불똥이 튈 것을 우려해 이인호 산업부 통상차관보를 미국에 급파하기로 했다.
산업부 고위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사드배치 보복과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정책 등으로 1월 수출이 예상치를 뛰어 넘었음에도 연 목표치를 높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면서 "다만 아직 해당 정부에서 이에 대한 공식입장 표명이 없었던 만큼, 적극적인 대처에 나서기는 어려운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다만 우리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주력품목들은 다른 국가 대비 몇 년앞선 세계최고의 기술력으로 수요가 넘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부 산업을 제외하고는 크게 영향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진성 기자 (jin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