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고은 기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이 현실화됐을 때 자동차 부문이 협상 0순위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이시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1일 기획재정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FTA가 재협상되면 자동차부문이 0순위 후보"라면서 "정부와 기업 차원의 대비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한미 FTA 발효 이후 대미 상품수지 흑자 확대의 대부분이 자동차 수출에서 나왔다. 그외 기계, 철강 수출 순으로 대미 상품수지 흑자가 크나, 이들은 자동차 흑자 규모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FTA 발효 이후 증가 폭도 크지 않았다. 또 트럼프 당선의 견인차 역할을 한 러스트벨트 육성 방안이 본격화할 경우 대미 자동차 수출에 악영향이 우려된다.
한미 FTA 재협상시 양허정지와 관세 상향조정도 예상된다. 다만 한국의 MFN관세율(세계무역기구 회원국에 적용되는 관세율)이 8.0%인 반면 미국은 2.2%에 불과해 미국에 오히려 손해라는 분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스트벨트 육성을 핵심공약으로 제시한 가운데 한미 FTA 재협상시 자동차 부분이 협상 0순위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사진=블룸버그> |
한미 FTA 재협상이 없더라도 자동차 부문에 일시적인 관세장벽이 생길 가능성이 존재한다. 현재 트럼프 정부는 당면 과제인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에 착수한 상태로, 당분간 한미 FTA 재협상에 적극 나서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시욱 교수는 "미국 무역법 122조에 의거해 수입품에 150일동안 15% 관세 부과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우리 자동차 부문이 흑자가 많은 것은 미국 현지 부품의 조달 비율이 낮기 때문"이라면서 "도요타의 부품 현지조달 비율은 8~90%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수출해서 조립을 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또 국내 경제가 상품수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서비스수지와 대외투자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일본이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하는 것은 대외 투자로 배당금 같은 소득수지에 기인한다"면서 "우리의 경우 상품수지가 마이너스로 가면 경상수지도 마이너스로 갈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향후 10년간 상품수지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향후 10년간 먹거리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될 위험에 대해선 "지정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또 설사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된다고 해도 직접적인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환율 조작국 지정시 해외 민간 투자공사 금융 지원 금지, 미 연방정부 조달시장 진입금지, 국제통화기금(IMF)를 통한 환율절상 압박, 무역협정 연계조치 등 제재가 뒤따른다. 그러나 이 조치들은 중국에 타격을 주는 조치들에 해당하고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뉴스핌 Newspim] 이고은 기자 (goe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