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조세훈 기자] 반기문 대망론이 20일 만에 꺼졌다. 1일 대선불출마 선언을 하며 대선레이스에서 하차했다. 이제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을 향했던 지지층을 누가 껴안을지 정치권 안팎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반 전 총장의 유산을 가장 많이 가져가는 후보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경쟁자로 떠오를 수 있어서다.
유산의 성격을 고려했을 때, 최대 수혜자는 안희정 충남지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중론이다. 반 전 총장의 지지율은 1월 10~12일 조사(갤럽)에서 20%였는데, 그중 충청권이 39%, 60대 이상이 43%였다. 반 전 총장의 주된 지지세력이 충청, 중장년층, 보수였던 것이다. 그중 반 전 총장과 일체감이 높은 세력은 단연 충청이다.
중장년층과 보수 표의 경우 새누리당의 몰락과 보수정당의 분열로 갈 곳 잃은 표심이 보수 유력주자인 반 전 총장에게 쏠렸었다. 이 표심은 반 전 총장의 불출마 선언에 따라 다른 복수의 후보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충청권의 민심은 다르다. 충청권은 김종필 전 국무총리, 이회창 한나라당 전 총재, 이인제 전 의원 등 충청 출신 인사들이 대선에 도전했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신 경험이 있다. '충청대망론'이 갈수록 강력한 응집력을 갖게 된 이유다.
충청권의 표심은 '충청의 젊은 일꾼' 이미지를 지닌 안 지사에게 쏠릴 가능성이 높다. 최근 안 지사의 지지율이 급상승한 데는 15% 안팎의 충청권 민심이 원동력이었다. 여기에 반 전 총장의 충청권 지지율을 흡수한다면 지지율이 십 퍼센트 중반 때까지 치솟으며 문재인 대세론에 맞서는 '다크호스'로 급부상할 수 있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반 전 총장의 최근 지지층은 대부분 여권 지지층"이라며 "충청권 대망론의 중심에서 반 전 총장이 빠지면서 안 지사가 도움을 받을 것이고, 이를 토대로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이길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안정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중장년층과 보수의 표심은 여러 후보에게 분산될 것으로 보인다. 보수 측 지지층은 일정 정도 황교안 대통령 직무대행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결집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보수 측 표심이 황교안 권한대행에게 몰리며 '황교안 대안론'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황 대행이 뚜렷한 보수성향인 데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의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약점이 있다. 대선에 뛰어들 경우 '대행에 대행'이란 꼬리표가 붙는 것도 고민이어서 표의 확장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도 수혜를 바라고 있다. 5% 미만의 지지율을 보이지만 내일신문과 디오피니언 조사에서 유 의원의 여권 대선주자 적합도(14.7%)는 황 권한대행(8.6%)보다 높다. 다만 탄핵 정국에 적극 나섰다는 점에서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에 미련을 갖는 보수층의 마음을 되돌리는 데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는 제3지대 대표주자로 부각될 수 있어 추후 반등의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는 시각이 있다. 김 원장은 "안 전 대표의 지지율이 결정적으로 빠진 게 반 전 총장이 국내로 들어오면서 지지기반이 중첩됐기 때문"이라며 "초반 반 전 총장을 지지한 무당층과 제3지대 지지층이 안 전 대표에게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반 전 총장의 불출마로 문재인 대세론이 더욱 탄력을 받고 있는 가운데 후발 주자들이 반 전 총장의 유산을 활용해 얼마나 약진할 지가 조기대선 판도를 가늠할 갈림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뉴스핌 Newspim] 조세훈 기자 (askr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