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 이홍규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대차대조표(보유 채권) 축소 전망으로 모기지 시장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연준이 축소 작업에 모기지담보부증권(MBS)를 우선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모기지 금리가 큰 폭으로 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6일 자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한 달 간 다수 연준 관계자들이 보유 채권을 줄이기 위한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논의했으며, 이 같은 논의로 일부 전문가들은 연준의 연내 보유 채권 축소 작업이 개시될 것이란 전망일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연준이 쌓아 올린 1조7500억달러 규모의 MBS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연준 MBS 보유량 추이 <자료=블룸버그통신> |
연준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국채와 MBS를 사들이는 '양적완화'를 시행하면서 보유 채권 규모를 금융 위기 전 약 9000억달러에서 4조4500억달러까지 불려놓았다.
이 가운데 MBS 보유는 가장 오래된 논쟁거리로 그간 미국 정치권에서는 연준이 책무 달성을 위해 필요 이상으로 MBS를 매입했다고 지적해왔다. 그러나 이제 연준은 정부 보증 모기지 채권의 가장 큰 수요자이자 시장 물량의 약 3분의 1을 보유하고 있는 주택 시장의 버팀목이 됐다.
이에 따라 연준이 어떠한 방식으로 움직이든지 간에 주택 구매자들의 비용은 올라갈 수 밖에 없게 됐다. 작년 한 해에만 연준은 보유 자산을 유지하기 위해 3870억달러의 모기지 채권을 사들였다. 현재 연준은 만기 도래하는 국채와 MBS를 대상으로 매입을 진행하고 있다. 보유 채권 축소 작업은 이 재투자를 중단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보유 채권을 매각하는 순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무디스 애널리스틱스(Moody's Analytics)의 분석가들은 연준이 채권 매입을 중단할 경우 30년 만기 모기지 금리가 3년 안에 6%를 넘길 수 있다고 전망했다. RBC캐피탈마켓의 마이클 클로헤르티 미국 금리 전략가는 연준의 '양적완화 되감기'는 "주택 시장에 장기적이고 막대한 충격을 줄 것"이라며 "연준이 4분기 재투자 중단을 시작해 궁극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모든 MBS를 처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 골드만·JP모간 "모기지-국채 스프레드, 서서히 벌어질 것"
금융 위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연준은 국채와는 다르게 MBS를 거의 보유하지 않았다. 2008년 이후 수년에 걸친 연준의 MBS 매입은 미국 주택 시장을 위기 이전으로 회복시키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제로(0)'에 가까운 정책금리와 함께 연준의 매입은 모기지 금리를 낮추는 데 도움을 줬고 시중은행에 더 많은 대출을 제공하도록 장려했다.
2014년 말까지 약 2년의 기간 동안 연준은 MBS 보유량을 약 1조달러 늘렸고 보유 규모는 재투자에 의해 유지됐다. 이에 따라 패니메이(국가 지원 모기지 업체)이 보증하는 모기지로 구성된 30년 만기 채권 금리는 미 국채 5년과 10년물 평균 금리보다 약 1%포인트 높은 수준까지 내려오게 됐다. 이 같은 격차는 2005년과 2006년 사이 미국 주택시장 호황기 때보다 훨씬 작은 수준이다.
(흰색) 패니메이 30년 만기 MBS 금리, 미 국채 5년/10년 평균 금리 차이 추이 <자료=블룸버그통신> |
그러나 연준이 시장에서 손을 떼면 금리 격차는 다시 벌어질 전망이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이 금리 차가 0.1%포인트 벌어질 것으로 예상했고 JP모간체이스는 연준이 MBS 재투자를 늦추기 시작하면 이 금리 차가 적어도 0.2~0.25%포인트 넓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골드만삭스는 연준이 2018년부터 채권 보유를 줄이기 시작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는 작년 12월 뉴욕 연준의 설문조사에서 대다수의 채권 딜러들이 내놓은 예상과 일치한다. 연준은 금리 정상화가 "잘 진행되고 있을 때까지 재투자를 유지할 방침"을 밝힌 바 있다.
◆ 모기지 금리, 정책 금리 인상으로 상승 중
이미 모기지 금리는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작년 12월 30년 만기 모기지 금리는 3년여 만에 최고치인 4.32%까지 올라갔다. 현재는 이보다 내려온 상태지만 이마저도 4개월 만에 0.75%포인트 올라온 수치다.
패니메이 30년 만기 MBS 금리 최근 추이 <자료=블룸버그통신> |
연준이 물가 상승 압력을 의식해 금리를 빠른 속도로 올릴 경우 주택 시장에는 한파가 몰아칠 것으로 전망된다. 중단뿐 아니라 재투자 규모만 서서히 축소하더라도 금융시장 여건은 더욱 타이트해질 가능성이 높다. 모간스탠리는 내년 4월부터 2019년말까지 보유 MBS를 3250억달러 줄이면 약 두 번의 정책 금리 인상과 동일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 예상했다.
최근 모기지 금리 급등의 여파는 이미 감지되고 있다. 전미 부동산중개인협회에 따르면 2016년 전체 기존주택판매는 10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작년 12월 판매는 예상보다 감소했다.
모기지 시장에서는 매입 대상자 찾기가 힘들어질 전망이다. 위기 이후 연준의 대량 매입으로 대부분의 거래가 소수 딜러들에 의해 진행됐다. 해외 중앙은행과 상업은행들이 잔여 물량을 흡수할 수 있을지 여부도 분명하지 않다.
물론 낙관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MBS를 민간 투자자들에게 돌려주면 거래가 늘어 시장이 더욱 견고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미국증권산업금융시장협회(SIFMA)에 따르면 미국 모기지 채권의 일평균 거래량은 위기 이후 40%나 감소했다.
퍼시픽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PIMCO, 핌코)의 다니엘 하이먼 에이전시-모기지 포트폴리오 매니지먼트 공동 책임자는 "재투자 종료는 민간 투자자들이 살 수 있는 채권이 더 늘어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