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강필성 기자] 시중은행들이 지난해 가계대출 증가에 힘입어 두 자릿수 이상의 이익 성장을 거뒀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해말부터 가계대출 관리로 방향을 바꿨고, 올해 미국발 금리인상이 예고되고 있다. 은행들은 리스크 관리와 함께 안정적인 성장을 추구하겠다는 입장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지난해 전년대비 30.2% 증가한 1조9403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우리은행도 21.9% 성장한 1조135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외환은행과 합병한 KEB하나은행의 순이익은 전년 대비 239.2% 늘어난 1조2443억원을 기록했다. 2015년 외환은행 합병 과정에서 1~8월의 (구)하나은행 실적이 빠졌기 때문이다. 합병 전 실적을 단순합산한 것과 비교하면 28.3% 늘었다.
KB국민은행의 지난해 순이익은 9643억원으로 전년 대비 12.9% 감소했다. 하지만 2800명에 달하는 희망퇴직에 따른 일회성 비용 8072억원을 제외하면 1조4610억원으로 9.8% 신장했다.
시중은행 4곳의 순이익이 대폭 늘어난 이유는 가계대출 증가가 꼽힌다. 지난해 12월 기준 신한은행의 가계대출 규모는 93조6000억원으로 전년 말에 비해 5조5000억원이 늘었다.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같은 기간 각각 6조2000억원, 7조원이 늘어난 123조1000억원, 95조680억원으로 나타났다. 우리은행 역시 전년말보다 10조원 이상 늘어난 102조5870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금융권 일각에서는 올해 은행 실적이 늘어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국내 가계대출은 이미 1300조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미국의 금리인상 영향으로 국내 금리도 상승한다면 가계의 이자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금리가 1%포인트 상승하면 가계 이자 부담이 연간 약 9조원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신규 가계대출을 줄이기 시작하면 올해 성장 폭이 지난해만큼 폭발적이지 않으리라는 관측이다.
은행 관계자는 “올해 가계대출 감축 기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지난해 같은 큰 성장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올해가 은행은 비이자수익을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4대 시중은행의 이자이익이 빠르게 늘어나는데 반해 비이자이익이 늘어난 곳은 신한은행, 우리은행에 불과하다. 신한은행의 비이자이익은 1조원으로 전년 대비 8.1% 늘었고, 우리은행은 8670억원으로 22.8% 늘었다. 다만 이들 비이자이익은 현재까지 이자수익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은경환 메리츠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신규 가계 대출이 감소하면서 성장률은 다소 주춤할 수 있지만 기존 계정의 이익이 지속되고 금리인하 효과가 사라지면서 안정적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