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황세준 기자] 삼성이 특검 종료 후 추진할 '이재용식 쇄신'은 그동안 미뤄왔던 사장단과 임원인사에서 출발한다. 그런 다음 미래전략실(미전실)을 해체하는 수순이다.
10일 재계와 삼성에 따르면 쇄신은 사장단 및 임원 승진인사를 통해 전체 임원수를 결정한 후 그룹 컨트롤 타워인 미래전략실(미전실) 해체가 뒤따르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삼성 고위관계자는 "특검 수사가 끝나면 기소 여부 등도 결론이 날 것"이라며 "미뤄진 인사를 먼저 확정하는 게 현재로선 가장 시급한 과제"라며 "미전실이 이번 인사까지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사장단 및 임원인사는 미전실, 쇄신안은 이재용 부회장이 등기임원을 맡고 있는 삼성전자 주도로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일 사장단협의회에 참석한 김종중 미전실 전략팀장(사장)은 기자들에게 "쇄신안은 내가 준비하고 있지 않다”고 언급했다.
미래전략실 해체는 절차가 복잡하지 않다. 법적으로 실체가 없는 조직인데다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이하 사장 및 임직원 200여명 모두 급여를 받는 소속사가 있기 때문이다.
최 실장, 장충기 사장(미전실 차장), 김종중 사장, 정현호 사장(인사지원팀장) 등 대부분은 삼성전자 소속으로 미전실에 파견근무 중이다.
곧, 이들의 파견을 해제하면 각 계열사 소속으로 복귀한다. 이 상태에서 계열사별 조직개편과 전보인사를 통해 보직을 재배치하면 자연스레 미전실은 없어진다. 해체에 앞서 일부 미전실 고위임원들이 사장단 인사를 통해 물러날 수도 있다.
미전실이 담당하던 기능은 각 계열사별로 승계한다. 미전실은 현재 전략팀, 인사지원팀, 법무팀, 기획팀, 커뮤니케이션팀(홍보), 경영진단팀, 금융일류화지원팀 등으로 구성돼 있다.
앞서 지난 2008년 특검 당시에도 삼성은 조직 쇄신 차원에서 미래전략실에 해당하는 조직인 전략기획실을 해체하고 임직원들을 각 계열사로 돌려 보낸 바 있다.
삼성은 이같은 쇄신안을 사장단 인사 시점에 동시 발표한 후 순차적으로 진행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쇄신안에는 이재용 부회장이 청문회에서 약속한 사회환원도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2월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이 부회장은 2008년 이건희 회장 차명계좌의 실명 전환 후 세금을 납부하고 남은 이익금 관련, "어머님(홍라희 관장), 형제들과 의논해 결정할 시기가 오면 좋은 일에 쓰겠다"고 밝혔다.
미전실이 사라지면 그룹 인사, 그룹 공채, 사장단협의회 등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삼성은 지금까지 미전실 인사팀에서 반기마다 각 계열사별로 요구 인력을 집계해 전체 채용 인원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신입사원을 선발해 왔다.
재계에서는 그룹 공채 대신 계열사별 채용으로 전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단, 삼성은 현재 직무적성검사(GSAT)를 치른 뒤 합격자에 한해 계열사별로 임원·직무역량·창의성 면접 등을 거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데 GSAT를 계열사별로 치를지 여부가 변수다.
이와 관련, 지난 8일 사장단협의회에 참석한 정현호 미전실 인사팀장(사장)은 상반기 채용에 대해 즉답을 피했으며 삼성 관계자 역시 "채용 방식과 규모는 정해진 바 없다"고 밝혔다.
매주 수요일 열리는 사장단협의회도 그동안 최지성 미래전략실장 주도로 열렸다는 점에서 자연스레 폐지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사장단협의회는 그동안 이재용 부회장의 각자도생 및 실용주의 방침과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회의에서 뭔가를 결정하는 것도 아닌데다 이 자리가 삼성 전통의 수직적 조직문화 산물이라는 점에서 조직원의 자발성을 근간으로 하는 이재용식 뉴삼성 체제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쇄신안에는 이런 내용들도 함께 담길 전망이다. 삼성은 이미 미전실 해체를 위한 작업을 준비 중이지만 해체 이후 계획 등에 대해 확정된 바는 없다는 게 공식 입장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은 전경련 탈퇴 등 약속한 바를 성실히 이행 중"이라며 "전체적인 쇄신이 한날한시에 이뤄진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어떻게 하겠다는 내용은 특검 수사 이후 한꺼번에 발표해 시장 신뢰 회복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한편, 삼성이 최근 역점을 두고 있는 인수합병(M&A)나 사업구조 개편 등 미래 먹거리에 대한 중요한 의사결정 등을 하려면 계열사별 이사회나 경영진의 판단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삼성이 전자, 물산, 생명 등 3대 지주회사 축으로 개편하기 전까지 비정기적으로 계열사들이 모이는 경영회의를 열어 주요 현안을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은 이미 전문경영인 집단협의체 방식으로 회사를 이끌어 간 경험을 가지고 있다.
[뉴스핌 Newspim] 황세준 기자 (hsj@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