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기락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특검의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수사 성패가 윤곽을 나타낼 전망이다.
이 부회장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직무정지’ 상태인 박근혜 대통령이 대면조사에 추진 동력이 생길 수 있다. 반면, 구속영장이 지난달에 이어 또 기각될 경우 박 대통령과 최 씨를 향한 수사가 난관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13일 아침 9시26분 이 부회장은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출석해 기자들과 만나 “오늘도 모든 진실을 특검에서 성실히 말하겠다”고 말하고 조사실로 향했다. 특검은 지난달 이 부회장을 소환조사 후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이 기각하자 약 3주간의 보강수사를 해왔다.
왼쪽 이재용 부회장, 오른쪽 박근혜 대통령. <사진=뉴스핌·청와대> |
그동안 삼성의 뇌물공여 등을 수사해온 특검은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위원회를 압수수색하며 수사를 전방위로 확대했다. 정재찬 공정위원장에 이어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인 장충기 사장, 승마협회 부회장인 황성수 삼성전자 전무, 박상진 대외담당 사장 등 삼성 수뇌부를 소환 조사했다.
특검은 지난달 20일과 21일 양일간 황성수 삼성전자 전무를 불러 조사했고, 21일에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 최명진 모나미 승마단 감독을 소환했다. 또 25일엔 김신 삼성물산 사장과 김종중 삼성전자 미래전략실 사장 등을 소환했다.
이달 들어 8일 김학현 전 공정위 부위원장, 10일에는 정재찬 위원장을 소환해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삼성의 주식 처분에 관한 공정위의 조치·발표 경위와 청와대 지시 여부 등을 확인했다.
공정위는 2015년 12월 두 회사 합병 과정에서 강화된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는데 결정 과정에서 청와대가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삼성SDI가 통합 삼성물산 주식 1000만주를 처분해야 한다고 공정위가 내부 결론을 내렸으나 청와대 지시로 처분 규모를 절반으로 축소했다는 의혹이다. 삼성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정 등에서 ‘대가성’이 없다고 밝혔다.
13일 아침 9시26분 이재용 부회장이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재소환됐다. <사진=이형석 기자> |
특검은 이날 이 부회장 재소환에 이어 삼성 황 전무와 박상진 대외담당 사장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전날 장충기 사장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됐다. 이 같은 전방위 수사는 박 대통령과 최 씨의 뇌물수수 혐의를 향한 것으로, 삼성의 대가성 여부와 사실 관계 등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변수는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재청구와 법원의 판단이다. 영장이 발부되면 특검은 이를 토대로 박 대통령 대면조사와 청와대 압수수색을 재시도할 수 있는 명분을 얻게 되지만, 영장 기각 시 최악의 수사 실패가 점쳐지기 때문이다.
구속영장 재청구 시기도 유동적이다. 박 대통령 대면조사와 청와대 압수수색 재시도가 아직까지 미정이기 때문이다. 이규철 특검보는 전날 “수사 기간을 고려하면 이번주 재청구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 “추가 혐의 여부는 재청구 결정 무렵 때 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특검은 청와대 압수수색을 거부한 대통령 비서실장과 경호실장에 대한 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이르면 이번주 결론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뉴스핌 Newspim] 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