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뉴욕증시의 3대 지수가 일제히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그랜드 슬램’을 연출하고 있지만 시장 체질은 현격하게 달라졌다는 주장이 나왔다.
주가 상승 동력이 연방준비제도(Fed)의 유동성 공급에서 재정 확대를 통한 경기 부양 기대로 교체된 데서 짐작할 수 있듯 최근 주가 랠리는 단순히 2009년 저점 이후 장기 강세장의 연장선이 아니라는 얘기다.
뉴욕증권거래소 <출처=블룸버그> |
13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S&P500 지수를 구성하는 개별 섹터간 상관관계가 이달 들어 급락했다.
이달 초 95%에 근접했던 30일 평균 섹터간 상관관계는 가파르게 하락, 최근 55%까지 밀렸다. 각 섹터가 개별 펀더멘털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따라 각개 전투를 벌이고 있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때문에 대표 지수의 사상 최고치 기록에 커다란 의미를 둘 것이 아니라 ‘숲보다 나무를 보는’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얘기다.
컨버젝스의 니콜라스 콜라스 시장 전략가는 CNBC와 인터뷰에서 “금융위기 이후 지난해 대통령 선거까지 미국 자산시장은 근본적으로 같은 방향을 향했지만 상황이 급변했다”며 “각 섹터가 개별적인 펀더멘털에 의해 움직이고 있고, 이는 2009년 이후 처음 목격됐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식 취임 후 내린 정책 결정이 승자와 패자를 뚜렷하게 갈라 놓은 데 따른 현상으로 풀이된다.
수입품에 대규모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국경세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는 해외 기업들과 경쟁하는 제조업계에 커다란 호재에 해당하지만 유통업체를 중심으로 수입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에게는 커다란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상관관계를 축으로 한 뉴욕증시의 체질 변화는 다른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증시 전반의 변동성 하락이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가령, 재량 소비재 섹터의 하락이 산업재 섹터 상승과 상쇄하면서 증시 전반의 안정감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
이른바 트럼프 트레이드가 주춤하면서 한 때 가파르게 치솟았던 CBOE 변동성 지수(VIX)는 지난주 11 아래로 떨어졌다.
다수의 시장 전문가들은 밸류에이션 부담과 정책 불확실성 속에서도 뉴욕증시의 추가 상승을 점치고 있다.
50파크 인베스트먼트의 애덤 새런 최고경영자는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지정학적 리스크와 갖가지 불확실성 속에서도 주식시장이 의미 있는 조정을 보이지 않는 것은 시장 저변에 잠재 매수 기반이 강하게 형성돼 있다는 의미”라며 “이익 침체의 종료와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배경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들이 수익률을 올리는 일이 대선 이전 강세장보다 팍팍하다는 것이 월가의 지적이다.
섹터와 개별 종목의 신중한 옥석 가리기가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기대하는 결과를 얻기 어렵다는 얘기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