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취임 25일만에 낙마한 데 따른 파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손발을 묶을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이른바 트럼프 랠리를 재점화한 ‘엄청난’ 세금 인하를 포함해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의 인준으로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를 모은 주요 정책 개혁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얘기다.
도널드 트럼프 <사진=AP> |
므누신 재무장관을 사령탑으로 오바마 케어 폐지와 도드 프랭크법 폐지, 법인세 개정 등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 이행에 가시적인 진전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특히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 법인세 인하와 관련해 구체적인 밑그림이 드러날 것이라는 전망이 최근 뉴욕증시의 최고치 랠리를 부추겼다.
하지만 러시아와 부적절한 내통을 가진 것으로 드러난 플린 보좌관의 사퇴로 백악관이 혼란에 빠지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플린 보좌관의 후임을 물색하는 데 잰걸음을 하고 있지만 정책자들의 업무가 마비될 위기라는 것이 워싱턴 소식통의 얘기다.
톰 데이비스 전 공화당 의원은 CNBC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 주변 인물에 대한 신뢰가 크게 깨졌다”며 “대통령을 필두로 정치 경험이 없는 인물로 채워진 내각의 문제가 드러난 셈”이라고 주장했다.
플린 보좌관의 사퇴가 백악관에 예상보다 커다란 흠집을 낼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퇴진 결정이 내려지기 앞서 민주당 핵심 의원들이 플린 보좌관의 러시아 금융 거래를 조사할 것을 주장하는 등 사태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마이클 플린 <사진=블룸버그> |
아울러 의회의 공격 대상이 트럼프 대통령으로 옮겨가면서 국정 운영의 차질은 더욱 심각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알렉세이 푸쉬코프 러시아 상원 의원은 “백악관의 일차적인 결정은 플린의 사임이었지만 다음 타깃은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백악관의 내부 혼란이 조기에 진정된다 하더라도 트럼프 행정부가 정책 이행에 커다란 난관을 맞을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실제로 지난 수년간 오바마케어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던 공화당 의원들이 돌연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공화당이 이를 대체할 구체안을 놓고 여전히 고심하는 가운데 2000만명에 달하는 미국인의 건강보험을 폐지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사태를 둘러싼 경고가 고조된 것.
법인세 개혁도 매끄럽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재정적자를 늘리지 않으면서 기업과 개인의 세금 부담을 낮춘다는 것이 공화당의 복안이지만 이를 충족시키는 데 결정적인 변수인 국경세를 둘러싼 마찰이 날로 거세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대로 수 주일 이내에 결과물을 내놓기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워싱턴 안팎의 진단이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