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조세훈 기자] 대중 문화는 시대의 온도계라 불린다. 그만큼 문화의 주제에 국민들의 관심사가 집중된다는 얘기다. 1995년에 방영된 드라마 '모래시계'부터 드라마 '펀치'(2015년)까지, 부패한 검찰의 이야기가 국민들에게 꾸준히 큰 사랑을 받아왔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견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정치권 안팎에서 나온 것도 이 무렵부터다. 이번 유력 대선주자들 역시 검찰개혁을 해야한다고 한 목소리를 낸다.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검찰청에 검찰 깃발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
검찰개혁은 정치권의 해묵은 주제일 만큼 어려운 과제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이하 공수처) 신설은 20년 동안 10번의 법률이 제출됐지만 번번히 무산됐다. 검찰은 기소권을 갖고, 수사권은 경찰에 일임한다는 내용이 골자인 검찰 수사권 분리 역시 마찬가지다. 그동안 검찰총장이 사퇴할 만큼 검찰 내 조직적 반발이 큰 장벽으로 이뤄져왔기 때문이다.
각종 여론조사 1위를 달리는 대권주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국가 대청소'를 주창하며 강도 높은 검찰개혁을 예고했다. 검찰 수사권을 분리해 경찰에 넘기겠다는 입장이다. 20대 총선 때 문 전 대표의 영입 1호 인사인 표창원 민주당 의원 등이 이 같은 공약을 골자로 한 검찰청법 개정안을 발의해 놓았다. 문 전 대표는 공수처를 신설해 대통령과 친인척, 국회의원과 판사 등 고위층의 비위를 철저하게 막겠다는 의지도 표명했다.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은 여기에 더해 각각 검찰 분권화와 검사장 직선제 도입을 내걸었다. 안 지사는 검찰총장 중심의 중앙검찰 조직이 상명하복 체계를 강화시킨다고 보고, '검사동일체'를 걷어내기 위한 방도로 검사장 중심의 분권화를 제시했다. 이 시장은 검찰 분권화를 위해 국민이 직접 검사장을 선출하는 검사장 직선제 도입을 약속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는 검찰의 수사권 분리와 공수처 신설을 제시했다. 2월 임시국회 본회의 교섭단체대표연설에서는 "검찰개혁으로 공수처 설치법안 등 개혁입법안을 통과시키자"고 밝혔다.
범여권주자인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과 남경필 경기도지사 역시 공수처 도입을 바른정당 당론으로 채택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다만 검찰 수사권 분리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이다.
여야 주요 대권주자들이 모두 검찰개혁 필요성에 공감하고 특히 공수처 도입에 대해서는 모두 찬성 입장을 밝혔다. 후보에 따라 현행 검찰제도를 흔들 수 있는 개혁안마저 분노한 촛불 민심에 지지세를 얻는 모양새다.
검찰개혁이 탄력을 받은 배경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이후 권력기관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감이 최고조에 이르러서다. 최순실 국정농단 이전에도 사법불신은 광범위하게 퍼져있었다. 2015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사법부 신뢰도는 27%로 42개 조사국 중 39위에 그쳤다. 여기에 분노한 촛불민심이 더해져 권력의 비리와 위법을 막지 못한 검찰로 개혁의 칼날이 향한 것이다.
검찰개혁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 되었지만 자칫 차기정부가 권력구조 재편에만 몰두하면 국정이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검찰 조직과 정치권 일각에서 집단적으로 반발한다면 차기정부가 검찰개혁에 발목이 잡힐 수 있다.
[뉴스핌 Newspim] 조세훈 기자 (askr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