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황세준 기자] 이재용 부회장이 결국 구속되면서 삼성 등 재벌을 겨냥한 반기업 정서가 더 확산될 우려가 높아졌다.
서울중앙지법은 17일 새벽 5시 40분께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청구한 이 부회장 구속영장을 승인했다. 전날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포함 17시간여만이다. 서울구치소에서 대기 중이던 이 부회장은 곧바로 수감됐다. 박상진 사장에 대해서는 불구속 결정이 났다.
재계와 삼성 안팎으로는 이번 결정으로 그룹 컨트롤 타워 붕괴는 물론 반기업정서가 확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한다. 또 이를 계기로 기업활동에 차질을 주는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들이 힘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구속영장이 재청구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6일 오전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으로 출석한 가운데 구속을 촉구하는 진보단체와 이 부회장을 지지하는 보수단체가 동시에 집회를 갖고 있다. /김학선 기자 yooksa@ |
삼성은 최순실 게이트의 피해자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여론은 부정적이었다. 전경련을 탈퇴하는 등 정경유착 단절을 위한 행보도 먹혀들지 않았다. 주말마다 열린 촛불 집회에는 이 부회장 인형 죄수복을 입히는 등의 퍼포먼스가 잇따랐다. 2차 영장 실질심사를 앞두고 이 부회장을 구속해야 한다는 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현재 국회에는 삼성의 지주회사 전환 등 지배구조 선진화 작업에 차질을 가져올 법안들이 대거 올라와 있다. 특히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대기업 계열사 간 합병 시 금융 계열사가 보유한 주식의 의결권 행사를 금지한다.
공정거래법상 금융회사가 보유한 계열사 지분은 원칙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지만 합병 또는 영업 양도 시엔 예외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전자가 계열사를 합병하는 등 사업재편 진행시 앞으로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대기업 계열사 분할 또는 분할합병 시 배정받은 신주의 의결권 행사를 금지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도 있다. 현행법상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인적분할시자사주에 배정된 신주를 통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데 이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인적분할을 통한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전환에 걸림돌이다.
감사위원 분리선임, 집중투표제와 전자투표제 의무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우리사주조합의 사외이사 후보추천권 부여 등을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안도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시뮬레이션 결과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전자 이사회에 외국계 투자기관이 선호하는 이사 한 명이 무조건 이사회에 포진할 수 있게 된다. 아울러 헤지펀드 등 외국계 투자기관들이 삼성전자 감사위원을 싹쓸이할 수 있다.
재계는 정치권이 최순실 사태의 희생양으로 기업을 선택한 결과 한국 경제가 더욱 침체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책임을 기업들에 떠넘겨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당분간 이 부회장의 혐의를 벗기는데 주력해야 하는 삼성으로서는 신뢰 회복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경총은 "삼성의 경영공백으로 인한 불확실성 증대와 국제신인도 하락은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모쪼록 삼성그룹과 관련해 제기된 많은 의혹과 오해는 향후 사법절차를 통해 신속하게 해소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황세준 기자 (hsj@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