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보람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으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법정이 다시 한 번 술렁일 전망이다.
한정석 영장전담판사는 "새롭게 구성된 범죄혐의 사실과 추가로 수집된 증거자료 등을 종합할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17일 배경을 설명했다.
법원의 이같은 판단에 따라 국회 소추위원과 박 대통령 측이 제출할 '최종의견서'에 관련 내용이 포함될 지 주목된다. 특히 한 차례 영장기각으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소추사유 유형 '뇌물수수 등 각종 형사법 위반' 항목이 다시 한 번 떠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회는 지난달 소추사유를 유형별로 구체화한 준비서면에서 '뇌물수수 등 형사법 위반' 항목을 뺐다.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으로 삼성과 최순실, 박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탄핵법정서 입증해내는 게 쉽지 않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조계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영장 발부로 국회 소추위원 측이 관련 내용을 최종의견서에 다시 포함시킬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박 대통령의 뇌물수수 등 혐의가 기존 탄핵 소추사유에 이미 포함돼 있는 만큼 관련 소추사유를 뒷받침할 추가 근거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다른 소추사유 유형인 '대통령 권한남용'과 관련해서도 영장 발부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소추위 측이 지난 6일 제출한 준비서면에 따르면, 국민연금공단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하는 과정에서 박 대통령 지시를 받았다. 삼성은 이 대가로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했을 뿐 아니라 최 씨 딸 정유라 씨의 승마 특혜까지 제공하면서 박 대통령이 개인의 이득을 위해 권한을 남용했다는 게 소추위 측 주장이다.
여기에 이 부회장의 추가 혐의와 관련, 청와대 발(發) 공정거래위원회의 삼성 특혜까지 추가된다면 박 대통령의 소추사유가 더욱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다만, 이와 관련해 국회 소추위원 권성동 바른정당 의원은 "특검 수사와 탄핵심판은 별개"라며 일단 선을 그었다.
만약 탄핵법정에서 뇌물죄 등 혐의가 재등장할 경우 박 대통령 측은 소추위와 정반대의 입장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앞선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상황에 비춰볼 때, '새로운 소추사유 추가'라며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소추위 측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참고자료를 지난달 23일 헌재에 제출한 바 있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구속된 직후였다.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당시 "국회는 탄핵소추사유를 의결 절차 없이 의안 채택 형식으로 추가했다"며 "해당 내용은 탄핵심판 대상에서 제외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로 미뤄 박 대통령 측은 공정위의 삼성 특혜와 이 과정에서 박 대통령의 지시 의혹은 물론이고 기존에 준비서면에서 삭제된 뇌물죄 혐의도 새로운 탄핵 소추 사유가 추가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할 전망이다.
결국 이 부회장 구속과 관련된 박 대통령 혐의가 이번 탄핵심판 최종의견서에 각각 다른 방식으로 담길 것으로 예상되면서 박 대통령 '뇌물수수'에 대한 판단은 헌재의 손으로 넘어가게 됐다.
헌재는 이번 탄핵심판의 최종의견서를 오는 23일까지 제출하라고 국회와 박 대통령 측에 요청했다. 최종변론은 24일 이뤄지고 늦어도 3월 중순 이전에 탄핵 여부가 판가름 날 예정이다.
[뉴스핌 Newspim] 이보람 기자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