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영기 기자]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가 트럼프 시대를 맞이해 어쩌면 정치적 분노를 쏟아놓는 듯한 입장을 밝혔다.
페이스북에서 6000여자에 달하는 편지를 통해 저커버그는 세계화에 대한 반대와 고립주의의 등장을 한탄했다. 그가 페이스북을 처음 선보인 2004년에는 지구촌이 보다 밀접하게 연결되는데 대한 논란은 없었다는 것이다.
마크 저커버그 편지 'Building Global Community' <자료=페이스북 페이지> |
16일 자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들은 저커버그의 편지에 담긴 내용을 인용하면서 그가 소셜미디어 거대기업을 운영하는 것을 넘어선 정치적 관심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저커버그가 신년메시지인 이번 편지에서 페이스북의 경영과 관련해서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젊은 CEO가 그간 부인해왔지만 이제는 자신을 정치에서 어떤 역할을 하려한다는 논란에 불을 지폈다는 평가다.
그는 "지금 같은 때에 페이스북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사람들이 우리 모두를 위한 글로벌 공동체를 구축할 수 있는 힘을 갖도록 사회적 인프라를 개발하는 것"이라면서 "▲협력공동체 ▲안전 공동체 ▲정보 공동체 ▲시민참여 공동체 ▲포용적 공동체를 각각 구축할 수 있도록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 등 5가지 중대한 질문에 답을 찾도록 페이스북이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커버그는 이번 편지에서 "세계화로 인해 뒷쳐진 사람들이 있고 글로벌로 엮인 관계에서 물러서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가 지구사회를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쪽으로 이끌고 있는지 또 우리가 가고 있는 길이 제대로 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많다"고 밝혔다.
그간 실리콘 밸리가 다른 미국 전역과 동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그랬는지 모르지만, 페이스북 뿐만 아니라 테크 업계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중심을 잡지 못했다. 보호주의와 신기술보다는 전통기술을 중시하는 트럼프 정치는 첨단기술 업체에 대한 비판(반감)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 세계화 정서는 EU에서 탈퇴하겠다고 투표한 영국과 차기 대통령으로 르 펜이 부각되는 프랑스에서도 뿌리내리고 있다.
페이스북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 <사진=블룸버그통신> |
이번 메시지에서 저커버그는 신기술의 등장에서 상실감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직접 말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담론을 발전시키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그냥 의견 개진이 아니라 서로서로를 전반적으로 알아가는 데 있다"고 주장했다.
가짜뉴스 퇴치에 대응한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염두에 두었다.
그는 "우리 방식은 오정보를 막기보다는 '사실 확인 담당(팩트 체커)'들이 사안의 정확성에 대해 논쟁을 벌이는 가운데서도 보다 많은 정보과 식견을 보여주는데 더 역점을 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커버그의 긴 편지의 결론은 지구촌 공동체의 결속이었다. 그는 "페이스북은 진보하고 있고 우리는 배우고 개선하는데 주력한다"며 "우리의 의무가 중하다는 것을 잘 인식하고 있으면 어떻게 하면 지구사회를 위해 우리의 역할 수행을 잘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이영기 기자 (00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