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윤애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대선후보 경선 흥행 조짐에도 불구하고 속내가 복잡하다. '역(逆)선택'이란 변수에 당 안팎의 시선이 쏠리고 있기 때문. 다른당 지지자들이 '사실상 본선'으로 불리는 민주당 경선에서 문 전 대표의 낙선을 위해 조직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우려다.
20일 민주당에 따르면 경선 선거인단 모집에 이날 오전까지 40만여명이 신청했다. 이날부터 일반 은행권 무료 공인인증서를 통해 온라인 등록을 시작하면 신청자수는 더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선거인단 모집은 1차로 탄핵심판일 3일 전 오후 6시까지 한뒤, 탄핵 인용 후 2차로 이뤄진다.
더불어민주당 경선 선거인단 모집 광고<제공=더불어민주당> |
민주당은 이번 선거인단 수가 2012년 대선 경선 당시 구성된 100만명의 두배를 웃돌 것으로 기대한다. 양승조 당 선관위 부위원장은 이를 바탕으로 지난 17일 국회 간담회에서 "200만명은 무난하게 완료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문제가 발생했다. 표심 왜곡을 겨냥한 '역선택' 우려가 높아진 것이다. 민주당은 이번 경선에서 투표권만 있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완전국민경선제'를 도입했다. 보수 성향의 유권자도 참여할 수 있는 구조다.
이에 당내에서는 역선택을 위한 보수층의 참여가 경선 과정을 왜곡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실제 보수층 일각에서는 유력 주자인 문 전 대표의 낙선을 추진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15일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는 '문재인 후보가 되는 걸 무조건 막아야 한다'고 독려하고 있고, 민주당 선거인단 참여를 독려하는 공지가 SNS 등에 확산됐다. 또한 이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게시판에는 "민주당 선거인단에 신청 완료했다"는 글들이 연이어 올라왔다.
당 선관위와 지도부는 조기 차단에 나섰다. 양 부위원장은 "방해죄나 업무방해죄로 규율할 수 있다는 법률검토가 있어 당에서 그렇게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추미애 대표 역시 "이런 행동을 멈추지 않으면 업무방해죄로 고발할 수 있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문 전 대표는 "(역선택은) 대단히 비열한 행위이자 처벌받아야 할 범죄행위"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 경선 선거인단 모집이 40만명을 넘어서며 흥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오른쪽)와 안희정 충남도지사.<사진=뉴시스> |
특히 첫 경선지인 호남 투표에서 이들의 역선택으로 왜곡된 결과가 나온다면 나머지 권역의 표심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민주당의 경선은 호남을 시작으로 충청·영남·수도권 및 제주 등 4개 권역으로 나눠 진행된다.
반면 당내에는 역선택의 영향이 과장됐다는 시각도 많다. 200만명을 넘는 선거인단 중 역선택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높지 않을 것이란 주장이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역선택이란 용어는 한번도 실체가 확인되지 않은 것"이며 "조직이 강한 사람이 국민경선을 막기 위한 논리로 이야기해온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민주당의 한 의원도 "첫 경선지인 호남은 아직까지 민주당 당원들이 많아 몇몇의 역선택에 의해 결과가 뒤바뀌진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역선택을 하는 이들을 사법처리하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거론된다. 경선 참여자의 상당수가 모바일 신청자인데 주소지를 일일이 대조해 허위로 등록한 사람을 찾아내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뉴스핌 Newspim] 이윤애 기자(yuny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