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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김겨레·성상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됐다는 뉴스를 보자마자 취업준비생 딸부터 떠올랐습니다. '삼성이 신입사원을 안뽑으면 어떡하나'하고요" (김진기 씨·남·55세·자영업)
"중견기업에 들어갔다가 다시 대기업에 도전하려고 올해 초 퇴사했는데 삼성이 공개채용(공채)를 안하면 막막하죠" (이해진 씨·남·29세·취업준비)
삼성 직무적성검사(GSAT)를 응시하기 위해 고사장으로 향하는 취업준비생들 <사진=김겨레 기자> |
삼성그룹 신입사원 공채가 차질을 빚을 것으로 전망돼 취업을 원하는 청년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은 매년 3월 실시하던 그룹 공채 계획을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 통상 삼성 미래전략실 인사팀은 매년 1월 그룹 공채 인원을 정하고 2월 신입 사원 모집 공고를 냈다.
하지만 올해는 미래전략실 임원이 특검 조사를 받고 이재용 부회장까지 구속되면서 미래전략실이 주요 현안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상태다.
삼성은 대졸 신입사원과 경력사원 등을 포함해 지난해 약 1만4000명을 뽑은 취업시장의 ‘큰 손’이다. 지난해 삼성그룹의 직무적성검사 'GSAT' 응시 인원은 20만명에 이른다.
삼성은 올해 그룹공채 대신 계열사별 필요 인원을 우선 채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 경우 전체 채용 규모는 예년보다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그동안 실제 필요 인원보다 넉넉하게 선발하거나 전년 채용 규모와 비슷하게 그룹 공채 인원을 조정해왔기 때문이다.
재계 1위인 삼성이 공채를 실시하지 않을 경우 다른 대기업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크다. 한화그룹은 지난 2013년 그룹 공채제도를 폐지했다.
삼성은 그동안 국내 대기업 채용 변화를 주도해왔다. 삼성은 1957년 그룹 공채제도와 1993년 대졸 여성 공채, 1995년 열린 채용(서류 전형 폐지), 2005년 대학생 인턴십 제도 등을 국내 최초로 도입했고 다른 기업들도 비슷한 모델을 따르기 시작했다.
취업준비생 김모(27세·여) 씨는 "삼성그룹은 다른 대기업보다 서류 전형 '필터링'(걸러내기)이 덜하다. 직무적성검사 응시 기회를 많이 주는 편"이라며 "스펙이 낮더라도 노력으로 도전할 수 있는 유일한 회사인 만큼 공채 제도가 폐지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계열사별로 필요한 인원만 선발하는 방식으로 바뀌면 이공계 학생들을 주로 뽑지 않겠나"라며 "안그래도 좁은 인문·상경계열 학생들의 취업문은 더 좁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이같은 우려가 아직은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서울 강남구의 한 취업준비학원 관계자는 "삼성이 공채를 폐지하겠다고 확실히 밝힌 적이 없는 만큼 따로 대응하거나 크게 걱정하고 있지는 않다"며 "삼성 관련 수업과 커리큘럼은 예년과 동일하게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취업준비생 한모(28세·남)씨도 "삼성에 들어가는 것은 예전부터 어려웠다. 크게 개의치 않는다"며 "오너 한명이 구속됐다고 회사 전체가 흔들릴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겨레 기자 (re97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