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이진성 기자] #취업준비생인 황정문(32세·남)씨는 이번 설날에 고향을 방문하지 않기로 했다. 가족들과 함께 식사하면서 정다운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만 당장 취업에 대한 부담이 더 크기 때문이다. 그는 설 연휴에 취업을 위한 토익 공부에 집중할 계획이다.
취업난이 가중되면서 설날에도 고향을 찾지 못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가 수출 부진과 내수 둔화, 산업 구조조정 등 악재가 겹치면서 취업문이 더욱 좁아졌기 때문이다. 청년들은 설날에도 취업을 위한 토익 및 자격증 시험에 열을 올리고 있다.
노동계 및 교육계 등은 최근 20대 후반 청년실업자가 크게 증가하는 등 실업률이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최근 기업들의 구조조정에 따른 고용 위축이 상반기에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당분간 이러한 기조는 이어질 수밖에 없다.
채용설명회에 청년 실업자들이 밀려들고 있지만 정작 취업의 기회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
우리나라 청년실업률은 2013년 8.0%를 기록한 이후 매년 증가해 지난해에는 9.8%까지 치솟았다. 특히 지난해 25~29세 청년실업자는 23만6000여명으로 전년 대비 3만5000여명 늘어났다.
현실을 반영하듯 상당수의 20~30대 청년들은 설날에도 취업준비에 매달리고 있다. 한국토익위원회는 최근 자사 블로그 방문자 3008명을 대상으로 설날 계획을 묻는 설문조사를 벌였는데, 10명중 4명은 '토익·토익스피킹 등 어학시험 공부' 및 '자격증 준비를 할 계획'이라고 응답했다.
설날 연휴인데도 취업준비를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청년 46.6%가 '토익 등의 어학시험 목표 점수 달성을 위해서'라고 응답했고, 29.5%는 '그냥 마음 놓고 있기가 불안해서'라고 밝혔다.
취준생인 최대진(31세·남)씨는 "설 당일에도 취준생들과 토익 스터디 모임이 계획돼 있다"면서 "부모님도 취업이 더 급하다고 생각하시는 지 못내려간다고 해도 알았다고만 하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청년 취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파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노동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내세우는 청년 취업 관련 프로그램들을 살펴보면 질좋은 일자리보다는 일손이 부족한 사업장을 내세워 연결해주는 것이 대부분이다"면서 "대졸자가 대부분인 취준생들을 고려하면 정부 정책이 미스매치되고 있다고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미국이 시도하는 '일자리 창출전쟁'같이 정부가 파격적인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면서 "설에도 취업준비에 고향도 못가는 청년들이 많다고 하니 씁쓸하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진성 기자 (jin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