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송주오 기자] 금융당국의 신탁업 활성화 움직임에 맞춰 은행권이 불특정금전신탁 시장 허용을 요구하고 나섰다. 불특정금전신탁은 다수의 고객으로부터 투자자금을 받아 주식, 채권, 부동산 등에 자율적으로 투자하는 상품이다. 은행권도 2000년대 초까지 불특정금전신탁 취급했으나 이후 규제 도입으로 금지됐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영구 은행연합회 회장은 전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불특정금전신탁이 (신탁업발전TF) 논의대상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 회장이 불특정금전신탁 허용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은행이 취급할 수 있는 신탁 상품은 부동산, 채권, 주식 등 7종의 특정신탁에 국한된다.
시중은행은 지난 2004년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 도입으로 불특정금전신탁 상품을 판매할 수 없게 됐다. 외환위기 이후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자 금융당국이 규제를 강화한 것. 이에 60조원 규모로 커졌던 은행권의 신탁은 15조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반면 불특정금전신탁과 유사한 성격의 펀드 시장은 500조원(설정액 기준) 규모로 성장했다. 상품의 유사성을 감안할 때 은행 입장에서 놓칠 수 없는 시장인 것이다. 특히 불특정금전신탁의 수수료 수익은 은행권이 고민하고 있는 비이자수익을 해결해 줄 수 있는 매력적인 카드다.
자금 유치에 대한 자신감도 깔려있다. 은행권은 지난해 일임형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상품을 통해 자금유치 경쟁력을 확인했다. 금융당국이 은행에 일임형 ISA를 허용하자 은행들은 대규모 영업망과 공격적 마케팅을 통해 전체 시장 점유율의 93%를 차지했다.
하지만 하 회장의 요구가 받아들여질지 미지수다. 금융당국이 신탁업법 제정에 착수하면서 불특정금전신탁 논의는 제외키로 했기 때문이다. 당국은 수탁 재산 종류를 ▲부채 ▲영업권 ▲담보권 ▲보험금청구권 등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신탁업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오는 6월까지 신탁업법 제정안을 마련하고 10월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은행권에서 불특정금전신탁 허용에 대한 요구가 있지만 이는 논의 대상이 분명히 아니다”며 “신탁업법 제정은 고령화 시대에 맞춰 국민들의 종합자산관리 등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10여년간 막혀 있었던 만큼 신탁업법 제정에 맞춰 원점에서 검토해보자는 것"이라며 "고객의 선택권 확장에서도 유용하다"고 말했다.
한편, 시중은행들은 특정신탁 시장에서 점유율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739조원의 특정신탁 잔액 중 은행은 약 350조원을 유치했다. 아울러 신탁 조직을 그룹, 사업단 등으로 강화하며 향후 증가할 수요에 대비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송주오 기자 (juoh8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