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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우리’…관계 속에 갇힌 대한민국

기사등록 : 2017-02-2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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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속에서 자아 찾는 한국인…“남의 시선이 곧 나”
脫관계 몸부림, ‘혼밥·혼술·혼영’ 나홀로문화가 해방구
대기업 ‘脫계급’ 움직임…‘호칭파괴’로 수직체계 개선

[뉴스핌=김규희 기자] “저희 가족은 아버지, 어머니, 저, 동생 4명이고 행복한 가정입니다. 학교는 A대학교를 졸업했고 현재 B기업에 재직 중입니다.”

자신을 소개하란 물음에 우리나라 사람은 대개 이렇게 답한다. 서양 사람들은 다 그렇지는 않아도 우리와 다른 게 일반적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 꿈 등을 말한다.

우리는 가족관계와 소속을 우선순위에 두면서 ‘관계’ 속에서 자아를 증명하려 하지만 서양 사람들은 자신을 중심에 놓는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 나만을 위한 힐링타임 ‘나홀로’…관계의 해방

“오늘도 난 혼술을 한다.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 혼술이 달콤한 이유다. 오롯이 나만을 위한 시간, 나만의 힐링타임.”

2016년 인기 드라마 ‘혼술남녀’의 대사다. 드라마 속 주인공은 직장 상사 및 동료, 일에 지친 현대인이 하루의 피로를 해소하기 위해 홀로 술을 마시며 스스로를 위로한다.

우리 사회는 ‘관계’에 갇혀 있다. ‘나’의 존재보다 ‘우리’가 강조되는 사회다. 나는 상사의 시선을 통해 나를 인식하고 그 순간부터 더 이상 거역할 수 없는 상하관계가 만들어진다.

혼밥과 혼술이 늘어난 것은 관계에서 벗어려는 시도다.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아예 피하기 위해 ‘관계’에서 도망친다. 관계를 감당하느라, 늘어나는 피로를 해소하기 위한 행동마저 노동이기 때문이다.

직장의 수직적 관계는 결코 창의성과 유연함을 불러올 수 없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혼밥’ ‘혼영’ ‘혼행’...‘脫관계’가 불러온 ‘脫계급’

이런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현대인들은 이제 사람들과 떨어져 혼자 지내고 싶어한다. 혼자 밥먹고(혼밥), 혼자 영화 보고(혼영), 혼자 여행하는(혼행) 등 관계의 굴레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하나의 사회적 담론으로 여겨지고 있다.

기업들은 ‘脫관계’를 빠르게 감지했다. 직원들의 스트레스는 곧 생산력 저하로 이어져 기업에겐 큰 손실이 되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관계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현대인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수직’ 언어체계를 무너뜨리려 하고 있다.

윗사람을 직급으로 부르는 전통적 문화에서 벗어나려는 것이다. 기업들은 제조업 중심의 성장에서 점차 IT, 소프트웨어 등 ‘4차 혁명’으로 넘어가는 시점에 창의성과 유연함은 그 무엇보다 뛰어난 무기가 된다고 판단했다.

CJ를 시작으로 호칭파괴가 일어났다. 호칭은 생략하고 ‘~님’으로 부르기도 하고, 영어 이름을 부르는 방식도 도입됐다.

지난해에는 삼성전자에서도 혁신적 시도가 도입됐다. 오는 3월부터 직급을 아예 없애버리고 상대를 ‘~님’으로 부른다. 다만 팀장, 파트장 등 임원들은 예외로 두면서 반쪽짜리라는 비판도 나오지만 수직적 조직문화 탈피를 위한 긍정적 시도로 평가된다.

외국기업에서도 좋은 조직문화 사례를 엿볼 수 있다. 에어비앤비(Airbnb)는 유연한 조직문화를 갖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숙박 공유업체인 에어비앤비는 사무실도 매일 예약할 수 있다.

높은 직급에게만 따로 사무실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직원들은 일반 가정집, 공원, 오두막집 등 매일 색다른 테마의 공간에서 업무를 볼 수 있다.

에어비앤비는 직원들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극대화해 300억달러 가치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뉴스핌 Newspim] 김규희 기자 (Q2ki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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