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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우수연 기자]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증권사들이 올해부터 시행되는 발행어음 신사업 준비에 한창이다. 증권사들은 비즈니스 확대와 조달채널 안정화 측면에선 높은 기대감을 드러내면서도 조달한 자금을 투자해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처에 대해 고민이 깊은 상황이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과 KB증권 등 초대형IB들은 오는 7월중 업무개시를 목표로 발행어음 관련 태스크포스팀을 꾸리고 준비중이다. KB증권은 기업금융본부의 CP운용 한도를 늘릴 예정이다. 규정상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의 50%는 기업금융에 활용해야 한다. 이에 기업 CP인수 서비스를 통해 여신 기업고객을 미리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증권사들은 해당 업무가 기존의 CP 발행과 크게 다르지 않아 시스템측면에선 크게 보강할 필요는 없는 상황. 다만 문제는 투자처다. 안정적인 조달 창구는 확보됐지만 조달한 자금을 어디에 활용해 수익을 낼 지가 관건이다.
여의도 증권가 <김학선 사진기자> |
◆ 증권사, 발행어음 수익성 고민…장기 관점 접근해야
초대형IB의 발행어음 금리는 1%대 후반으로 예상된다. 발행어음은 종금사 CMA와 유사하며 예금자보호가 되지 않는다. 때문에 은행예금(1%대 중반) 대비 금리매력을 가지려면 적어도 1%대 후반은 나와줘야 한다.
이에 전문가들은 적어도 3% 후반에서 4% 수준의 투자대상을 찾아야 증권사들이 의미있는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게다가 이중 절반은 기업금융과 관련된 투자여야 한다는 단서도 붙어 있어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투자처를 찾기 만만찮은 상황이다.
원재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조달 발행어음 금리가 최소 1% 후반 이상 수준에서 결정된다면 약 2% 수준의 순이자마진(NIM)이 나와야만 여러 제반 비용과 리스크를 감안하고도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된다"며 "시장 침체로 3% 후반 이상의 투자대상을 찾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메리츠종금의 경우 발행어음 업무를 통해 약 2.5~2.7% 수준의 마진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4조원의 자기자본을 가진 초대형IB의 경우 자기자본의 최대 2배인 8조원까지 어음을 발행할 수 있으며, 단순 계산상으로 최대 1600억원(NIM 2% 가정)의 이자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자본시장법 시행령 및 금융투자업규정 입법 예고 (2016년 12월말) <자료=삼성증권, 금융위원회> |
하지만 이 같은 단순 계산은 지나치게 낙관적이란 관측이다. 메리츠종금은 그동안 증권업계에서 유일한 종금 라이선스를 활용해 발행어음 업무를 해온 증권사다. 기업금융에서도 부동산PF 등 틈새시장을 적극 공략하면서 상당한 노하우를 축적했다.
게다가 올해부터 초대형IB 5개사가 동시에 발행어음 업무를 개시하게 되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마진 확보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확실한 마진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발행량을 공격적으로 늘리기엔 부담이 따른다.
장효선 삼성증권 연구원은 "향후 초대형IB들이 발행할 규모가 30조원 이상임을 감안하면 신규 투자처 발굴이 쉽지 않고, 경쟁이 격화되면 고이율 특판예금을 통해 조달이 불가피하기에 마진 확보에 부담이 될 것"이라며 "기관들에게도 기존의 전단채나 CP 대비 차별성이 크지 않아(예금자 보호 되지 않음) 수요가 충분치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자금 운용처에 대한 고민으로 초대형IB들은 부동산자산 투자한도를 기존의 10%에서 30%로 늘려줄 것을 금융당국에 요구하고 있다. 한 대형증권사의 경영기획 임원은 "발행어음 조달 자금은 필요로하는 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이나, 대체투자(부동산)의 인수 등으로 IB관련쪽 투자를 늘려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부동산 투자 한도 규정에 대해선 확정된 사항이 없다는 입장. 현재 초대형IB관련 시행령을 심사받는 중이고 4월중 국무회의를 통과해야 확정안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해당 사안이 시행령에서 결정되는데 아직 심사중이라 확정된 사항이 없다"며 "당국에선 오는 6월중 라이선스를 배포하는 것이 목표이며, 7월부터는 본격적인 발행어음 업무가 개시될 것"이라고 했다.
◆ 증권사 조달 창구, RP·ELS·전단채→발행어음으로 일부 이동
초대형IB 내부에서도 발행어음 도입이 당장 큰 수익을 가져다주기보단 조달 안정화 측면에서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작년 8월 기준 종합금융투자사업자들이 RP와 ELS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전체의 73%에 달했다. 특히 RP의 경우 만기가 1주일 이내로 짧고, 담보채권이나 헤지자산을 보유해야 하기에 자금의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또다른 초대형IB의 기획담당 임원은 "현재 3개월 미만 단기조달로 쏠려있는 구조에서 6개월, 1년짜리 발행어음으로 바뀌게 되면 조달원이 안정화되는 측면이 있다"며 "지점에서도 3개월 단위로 롤오버하는 전자단기사채 고객들을 안정적 투자로 유인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기존 증권사의 조달수단이던 RP·전단채 등의 수요 일부가 발행어음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RP는 주로 1주일 이내의 초단기물이며, 전단채의 경우 3개월 미만으로 발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금융당국이 3개월물 이내의 전단채에 한해서만 증권신고서 면제 혜택을 주기 때문이다.
평소 짧은 단기물로 자금을 조달해 상대적으로 만기가 긴 자산에 투자하는 '만기 미스매칭'에 대한 문제도 심심치않게 거론돼 왔다. 금융감독원에서도 올해부터 시행되는 발행어음 업무에 대해 이 같은 만기 미스매칭, 유동성 관리 부분을 눈여겨보겠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발행어음은 1년 미만 상품으로 일종의 수시입출식 상품이라고 본다. 언제든지 자금을 현금화 할 수 있는 유동성 부분이 그래서 중요하다. 비유동자산에 대한 비중은 어느정도 인지, 투자한 기업금융 자산에 대한 리스크가 존재하진 않는지 등을 면밀히 검토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뉴스핌 Newspim] 우수연 기자 (yes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