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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무역흑자, 환율 아닌 저축 문제..."내수진작해야"

기사등록 : 2017-03-09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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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이영기 기자]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하자 마자 유로화 저평가를 거론하면서 독일의 대규모 무역흑자를 문제 삼았다.

그러나 미국의 비난과 달리 독일의 무역흑자 문제는 환율보다는 저축과 빚(부채)에 대한 엄청난 거부감 때문이라는 분석이 등장하고 있다. 문제는 저축이라는 것. 미국도 이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무역적자해소에만 매달리는 정책실패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도 함께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사진=블룸버그>

9일 니혼게이자이신문(日本經濟新聞) 보도에 따르면, 오는 4월 예정된 미-일 경제회담에서 무역적자 축소를 원하는 미국은 '엔저 유도' 문제를 강하게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종의 '비관세 장벽'으로 인식되는 자의적인 통화약세 유도에 대해 일본 경제계의 우려가 날로 높아간다는 것이다.

독일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다음 주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어서 미국과의 무역관계 이슈에 대한 여론이 들끓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총선을 앞둔 경쟁자 즉 메르켈과 마틴 슐츠 모두가 미국과의 무역수지 흑자를 줄이겠다고 제안해서 더욱 그렇다. 해결책은 통화강세 유도 등의 방법보다는 내수를 진작하기 위해 재정흑자분을 사용하겠다는 것.

◆ 독일, 내수부문 투자 늘려야

독일 경제학자들도 이 문제에 관심을 보이면서 해마다 늘어나는 수출에 비해 수입은 별로 늘지 앟는 이 문제를 독일의 높은 저축률과 연관시켰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수석 통상자문관인 피터 나바로(Peter Navarro)가 독일을 "전반적으로 저평가된 유로화를 이용해 미국과 다른 EU회원국을 '약탈(exploit)'하고 있다"고 비난한 것과는 많이 다른 진단이다.

초과저축의 규모로 해석할 수 있는 경상수지에서 독일의 흑자규모는 별다른 변화없이 GDP의 8%수준을 유지해 왔다.

이 문제에 대해 지난해 유로중앙은행(ECB)의 마리오 드라기 총재는 "한마디로 독일의 저축을 소화해낼만할 국가가 없다"면서 "따라서 독일인들이 혐오하는 저금리가 초래됐다"고 말한 바 있다.

부채는 나쁜 것이라고 믿는 독일에게 독일의 저축이 다른 나라의 부채라는 점을 설득하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 훔볼트 대학의 마르셀 프라츠셔(Marcel Fratzscher)교수의 분석이다.

프라츠셔 교수는 "문제의 근원은 독일의 수출이 아니라 국내지출이 부족한 것"이라며 "국내에서 민간투자가 늘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내수 진작이다.

이렇게 되면 논의는 이제 독일의 건전한 재정상태로 옮겨간다. 지난해에도 독일은 2370억유로(약 2500억달러)의 재정흑자를 기록했다. 독일 통일 이후 최고 수준이 재정흑자 규모는 세금감면과 공공지출 확대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프라츠셔는 이어 현재 독일의 무역흑자에 대한 비판은 3가지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첫째는 무역흑자가 환율조작의 결과라는 것이다. 둘째는 정부나 중앙은행이 환율을 조작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세째는, 지금 독일내에서 여론이 들끓게 하는 무역경쟁력의 결과라는 것이다.

이 중에서 특히 중요한 것이 세째 오류인데, 무역경쟁력보다는 문제의 근본은 독일의 저축과 투자간의 괴리라는 것. 내수진작의 필요성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 바보야 문제는 '저축'이야

독일교수들과 동일한 진단이 미국내에서도 나온다. 예일대 교수 스티븐 로치(Stephen Roach)는 전날 파이낸셜타임스(FT)에 기고한 글에서 "잘못된 무역협정으로 인해 누적된 무역적자가 미국의 병폐라는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경제의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무역적자가 트럼프 행정부가 주장하는 양자간의 무역문제가 아니라 전반적인 미국 자체의 문제라는 점은 무려 101개국과의 무역에서 미국이 적자를 내고 있는 점에서 드러난다는 것이다.

로치 교수에 따르면 대규모 무역적자는 훨씬 깊은 문제를 반영한다. 바로 미국의 저축이 적자상태라는 것이다. 지난해 3분기 미국 저축률은 GDP의 3%에 불과했다. 지난 30년간 평균치 6.3%의 절반도 안되는 수준이다.

저축이 부족한 상태에서 성장하려면 중국이나 독일, 일본과 같은 흑자대국의 국가로부터 여유자금을 수입해야 한다. 하지만 외국자본을 들여오는 것은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를 감수해야 하는 일이다.

2000년 이후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누적액은 8.3조달러로 같은 기간 무역수지 적자 누적액8.6조달러와 별 차이가 없다. 이점이 지금 미국이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막말을 하는 것은 정치적 엄포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근본적인 미국자체의 문제 해결없이 몇몇 국가를 대상으로 무역 적자를 줄여봤자 다른 국가들과의 무역적자가 늘어날 뿐이다. 말하자면 풍선의 한쪽을 누르는 것이다 다름없는 셈이다.

저축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이상 본질이 아닌 무역적자만 바라보는 것은 큰 정책실수를 범하거나 국내외의 혼란에 직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뉴스핌 Newspim] 이영기 기자 (007@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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