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이 중국의 환율조작국 지정과 관련, 기존의 규정을 준수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임기 첫 날 이를 강행하겠다고 밝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협박’이 사실상 불발됐다는 의견이 투자자들 사이에 힘을 얻고 있다.
위안화 <사진=블룸버그> |
환율조작국 지정을 위한 세 가지 주요 요건 가운데 중국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은 한 가지에 불과하고, 므누신 장관의 발언대로 규정을 준수할 경우 트럼프 행정부가 강경 노선을 취할 명분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23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중국 위안화는 지난해 미국 달러화에 대해 7% 하락했다. 올들어 위안화는 1% 가까이 반등한 상황.
앞서 트럼프 대통령과 피터 나바로 국가무역위원장은 중국이 통화 가치 평가절하로 국제 무역시장에서 부당하게 이익을 취하고 있다며 강력하게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당시부터 중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에 강한 의지를 내비친 만큼 시장의 시선이 앞으로 행보에 집중됐지만 이날 므누신 장관은 주요 외신과 인터뷰에서 한 발 물러서는 움직임을 보였다.
그는 CNBC와 가진 인터뷰에서 “재무부 내부에 이와 관련한 절차가 정해져 있다”며 “과거에 그랬듯이 앞으로도 규정을 따를 계획이며, 이에 앞서 어떤 판단도 내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도 이 문제와 관련해 느긋한 입장을 취했다. 외환시장의 움직임을 면밀히 살펴 중국이 부당한 행위를 하고 있는지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는 얘기다.
미국 재무부는 4월 환율보고서를 발표한다. 므누신 장관은 보고서 발표 일정까지 중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을 단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행 규정 상 특정 국가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기 위해서는 대미 무역흑자가 200억달러를 웃돌아야 한다. 지난해 중국의 흑자 규모는 3470억달러로 요건을 충족시킨 셈이다.
하지만 중국의 GDP 대비 경상수지 적자 규모는 2016년과 2015년 각각 2.7%와 1.9%를 기록해 환율조작국 지정 요건인 3.0%에 못 미쳤다.
또 외환 매입을 통해 지속적이고 일방적인 시장 개입에 나서야 한다는 세 번째 요건 역시 성립되지 않는다. 지난해 중국은 미국 국채를 1880억달러 규모로 팔아 치웠다.
므누신 장관은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에 회원국들의 환율 정책을 보다 투명하고 강력하게 통제, 분석할 것을 주문했다. 중국과 일본 등 트럼프 팀이 불만을 표시한 국가를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IMF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연례 평가에서 IMF는 위안화 가치가 경제 펀더멘털과 부합한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미국 정부의 환율조작국 지정 요건 변경이 가능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이후 행보를 감안할 때 중국과 무역전쟁을 촉발시키는 무리수를 두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다만, 시장 전문가들은 중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이 불발되더라도 양국의 무역 마찰이 진정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씨티그룹의 데이비드 루빈 신흥국 경제 헤드는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은 사실상 무산됐다”며 “하지만 이와 무관하게 무역전쟁 리스크가 여전히 잠재돼 있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