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함지현 기자] "이전에도 두 번 방문한 적 있는데요. 아무래도 이번이 마지막일 것 같습니다."
9일 서울의 한 시내면세점에서 만난 중국인 A씨는 자신은 한국을 좋아하지만 최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탓에 국가 간 충돌이 생겨 안타깝다며 이렇게 말했다.
한국 방문이 어려워졌다는 그의 말은 중국 관광객을 '큰 손님'으로 맞고 있는 국내 면세점들이 향후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의미다.
롯데그룹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부지 제공과 관련해 중국의 롯데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 관광 금지령까지 내리며 국내 관광·면세 업계의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 사진은 3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면세점 모습. /김학선 기자 yooksa@ |
아직까지 시내면세점을 방문하는 중국 관광객 수는 눈에 띄게 줄지 않았다.
점심 직후 찾아간 롯데면세점 소공동점에는 국내 화장품 브랜드나 중국인들에게 인기가 많은 선글래스 매장에 젊은 유커들이 계산을 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사드 문제로 인해 면세점의 타격이 본격화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오히려 롯데면세점의 지난 2월 매출은 전년 대비 30% 증가했다. 사드 논란이 본격화된 이달 첫 주 매출 역시 지난해보다 22% 늘었다.
이 곳에서 화장품을 판매하고 있는 한 직원은 "요즘 이 정도 고객은 꾸준히 오고 있다"고 말했다.
신라면세점도 마찬가지다. 지하에 위치한 화장품 매장에 내려가기 위해서는 잰걸음으로 움직여야 할 정도로 유커들이 꽉 차 있었는데, 이 역시 평소보다 크게 눈에 띄게 늘어나거나 줄어들지는 않았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하지만 평소와 다름 없는 이런 모습은 마치 '폭풍전야'처럼 느껴졌다. 중국 당국이 현지 여행사들에게 15일 이후 한국행 여행 상품 판매를 중단하라는 지시를 내렸기 때문이다.
사드 문제로 인해 중국 현지에서 반한 감정이 생겨나고 있다는 점 역시 불안 요인 중 하나다.
실제로 여러 면세점을 돌아다니면서 만나본 중국인 관광객들은 우리나라에 대한 감정이 좋고 나쁘고의 문제를 떠나, 사드에 대해 잘 알고 있는지 유무와는 관계 없이 더 이상 우리나라를 방문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데 공감했다.
산동지역에서 왔다는 한 관광객은 "개인적인 입장에서 보면 한국이 가깝기도 하고 날씨도 좋고 사람들도 친절해서 여행하기 좋은 곳이라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국가 간 이익이 충돌하다보니 반한감정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특히 사드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롯데면세점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크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그는 "이전에 롯데면세점을 방문한 적도 있는데 사드 문제 이후에는 가지 않게 됐다"며 "롯데면세점에 가서 사진을 찍고 위쳇(중국 최대 모바일 메신저)에 올리면 친구들이 '왜 거기에 갔느냐'고 타박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롯데 뿐만 아니다. "압박감이 들어서 롯데 이외에 다른 면세점을 가기에도 상황이 안좋다"는 얘기를 하는 유커도 있었다.
신라면세점<사진=함지현 기자> |
이같은 잠재적 불안요인은 오는 15일 이후 본격적으로 드러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국내 면세점의 유커 비중은 70%에 육박한다는 점에 비춰보면 그야말로 초비상이 걸린 셈이다.
일각에서는 여행사를 통하지 않는 개별관광객을 통해 피해를 다소 완화할 수 있지 않겠냐는 전략을 내놓기도 하지만 개별관광객 중 절반 정도가 중국 여행사를 통해 우리나라에 들어온다는 점에서 뾰족한 대안이라고 볼 수 없다는 평가다. 또한 현지에서 확산되는 반한 감정으로 인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한국 관광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 여행사를 통한 대안 마저도도 여의치 않다. 실제로 국내 여행사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오는 4~5월 예약은 물론, 계약까지 마친 이달 단체여행마저 해지되고 있는 상황.
면세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숫자상으로는 타격이 없어 보이지만 현재 면세점들이 올리고 있는 매출 중 일부는 중국 보따리상들이 사재기 하는 수요라는 말이 나오고 있을 정도로 본격적으로 위기가 시작됐다고 보는 게 맞다"며 "사드 문제가 터진 이후 예약 상황이 반영되는 다음주 정도면 피해가 본격적으로 눈에 띌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함지현 기자 (jihyun03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