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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족’ 강서를 좋아하는 이유 “9호선 타면 나도 강남맨”

기사등록 : 2017-03-16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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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9호선 끝에서 끝까지 급행 40분 소요
김포공항·영등포·여의도·강남 샐러리맨 유입
교통 좋고 집세 저렴…1·2인가구 꾸준히 증가
출퇴근길 ‘지옥철’ 고충 옥에티, 증편은 내년쯤
<자료=게티이미지뱅크>

[뉴스핌=이보람 기자] 곱게 빗어 하나로 묶어 올린 머리, 보는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온화한 미소, 깨끗한 유니폼, 목에는 빳빳하게 다려진 스카프. 오늘도 한 손에 작은 기내용 캐리어를 들고 출근하는 그녀는 승무원이다.

서울에서 승무원들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동네 중 한 곳, 강서구. 국내 한 항공사에서 3년째 승무원으로 일하는 김수진(가명·29)씨는 최근 강서구 등촌동 한 신축 오피스텔로 이사했다.

김 씨는 "승무원은 보통 회사원보다 근무 일정이 불규칙해 공항 가까운 곳에 집을 얻는다"며 "그 중에서도 강서구는 집 값이 저렴하고 공항과 서울 도심 모두 가까워 승무원들이 선호하는 지역"이라고 말했다.

김 씨가 살고 있는 전용면적 18㎡ 규모 복층 오피스텔의 월세는 55만~60만원. 보증금은 1000만원 수준이다. 강남에서 이 크기의 오피스텔에 거주하려면 적어도 1.5배 이상의 금액을 내야 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강서구에 '러브콜'을 보내는 사람은 승무원만 아니다. 15년 넘게 서울 강서구에 거주하고 있는 회사원 한정수(가명·30)씨는 올 가을 결혼을 앞두고 신혼집도 같은 동네에 마련했다.

한 씨와 예비 신부는 각각 서울 서초동과 삼성동에서 근무하지만 강남일대 집값은 신혼부부에게 버겁다. 대신 그들에겐 지하철 9호선이 있다. 9호선을 이용하는 그들에게 출·퇴근 시간은 하루 왕복 1시간 남짓.

지하철 9호선 노선도 <자료=서울시메트로9호선>

지난 2009년 7월, 민간자본이 투입된 지하철 9호선이 개통됐다. 개통 당시에는 강서구에 위치한 염창역부터 서초구 고속터미널역까지만 급행열차를 운행했다.

현재는 운행 구간이 개화역부터 종합운동장역까지 확대됐다. 급행열차 운행 구간도 김포공항역에서 종합운동장역까지로 늘어났다. 급행구간 처음부터 끝까지 40분이면 된다.

서울 강서 지역부터 영등포, 여의도를 거쳐 강남권을 단 1시간에 잇는 9호선 급행노선의 별명은 '골드라인(Gold Line)'이다.

골드라인은 강서구에 '골드러시(Gold rush)'를 가져왔다. 등촌동과 염창동 등 지하철이 지나는 강서구 일대에 젊은 1·2인 가구들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실제 서울시 통계정보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강서구의 1·2인 가구가 전체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1%다. 이는 지난 2010년 43%보다 8%포인트 증가했다.

소형 주거 형태가 늘어나자 자연스레 공급도 꾸준히 늘어나는 모양새다. 뉴스핌은 지하철 9호선 가양역과 5호선 발산역, 여러 버스정류장이 인근에 위치해 강서구에서도 교통의 요지로 꼽히는 강서구청 사거리를 찾았다. 인근에 들어선 대형 오피스텔만 어림잡아 10곳에 달한다.

승객들로 가득찬 지하철 9호선 열차 내부 <사진=뉴시스>

이 곳 한 오피스텔에 살고 있는 이다정(가명·28세)씨는 "지난 9월 이 동네로 이사왔다"며 "당시 막 공사를 시작했던 오피스텔 두 곳이 6개월 만에 준공돼 입주민들이 들어오기 시작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9호선을 타고 출퇴근하며 '강남맨'에 합류한 이들에게도 말 못할 속사정은 있다. 무엇보다 괴로운 것은 출퇴근길 '지옥철'이다.

서울시 등에 따르면 9호선 급행열차의 혼잡도는 183%로 집계됐다. 열차 한 량 정원은 158명. 300명 가까이 열차에 탄다는 의미다. 염창역이나 당산역 등 일부 구간의 혼잡도는 호흡곤란이 올 수 있는 혼잡도 225%를 웃돌기도 한다.

올해 예정됐던 9호선의 추가 증편이 내년에나 이뤄질 예정이어서 지옥철 고충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뉴스핌 Newspim] 이보람 기자 (brlee1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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