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글로벌 메이저 석유업체들이 원유시장의 수요 피크를 연이어 경고해 주목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회원 산유국의 감산에도 유가가 추세적인 상승 모멘텀을 얻지 못한 가운데 현 수준의 저유가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다.
<사진=블룸버그> |
15일(현지시각) 주요 외신에 따르면 휴스톤에서 열린 CERA위크 에너지 컨퍼런스에서 석유업계 경영자들이 이르면 10년 이내에 원유시장의 수요 피크가 닥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 때문에 석유 업계가 장기 저유가 시대에 본격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다.
로열 더치 셸은 이르면 2020년대 후반 원유시장의 수요가 정점을 맞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스타토오일은 그 시기를 2020년대 중반으로 예상했다. 2020년대 중반부터 2030년대 후반 사이에 수요 피크가 현실화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는 앞서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지구온난화와 관련해 주요국들이 강력한 규제에 나서지 않을 경우 원유시장의 수요가 2040년 혹은 그 이후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한 것과 상반되는 의견이다.
석유업계 최고경영자들은 전기자동차 시장의 확대와 재생에너지 개발이 원유시장에 구조적인 악재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원유 굴착 장비 <출처=신화/뉴시스> |
특히 공기 오염으로 골머리를 앓는 중국 정부가 전기자동차 충전을 위한 도로 설비에 적극 나서자 전세계 석유업체들이 긴장하는 표정이다.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영국 BP의 버나드 루니 최고경영자는 컨퍼런스에서 “미국 셰일 업계의 신기술과 재생에너지 가격 하락, 각국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까지 석유업계가 새로운 난관을 맞았다”며 “최근 점차 뚜렷해지는 상황들의 결과를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이를 무시하는 것은 결코 현명한 자세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사실 원유시장의 수요 피크는 지난 10년에 걸쳐 업계 경영자와 금융시장 애널리스트가 지적했던 문제다. 새로운 사안이 아니지만 최근 들어 석유업계가 절박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유가가 상승 탄력을 회복할 경우 오히려 석유업계에 악재가 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콜로라도 광업대학의 필립 벌러저 교수는 FT와 인터뷰에서 “유가가 본격적인 상승 추이를 보이면 전기자동차를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트럭 역시 액화천연가스(LNG)를 포함한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메이저 석유업체는 이미 수요 피크 시대에 대비하고 나섰다. 지난주 셸이 캐나다 서부 지역 오일 샌드를 72억5000만달러에 매각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미국 석유업계 강자인 엑손모빌과 셰브런 역시 텍사스와 뉴멕시코를 중심으로 저비용 셰일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BP는 가스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인도를 포함한 신흥국이 원유보다 가스를 선호하고 있어 중장기적으로 한결 높은 성장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는 판단이다.
이 밖에 토탈을 포함한 일부 석유업체들은 재생에너지 투자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