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함지현 기자] 중국의 사드(THAD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로 국내 면세점들이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정부와 정치권이 황당규제로 업계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회 김종훈 의원(무소속)은 지난해 시내면세점의 영업시간과 영업일을 규제하는 내용이 포함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건전한 유통질서 확립 및 대규모점포등과 중소유통업의 상생발전 등을 목적으로 내세운 이 개정안은 시내면세점은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공항·항만에 소재한 면세점은 오후 9시 30분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 영업을 제한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또 설날과 추석 등 명절 당일은 반드시 의무휴업일로 지정하고, 한 달 중 한 번의 일요일은 꼭 쉬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이 개정안은 아직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면세점 고객은 해외 관광객 비중이 절대적인 데다 중소유통업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음에도 이같은 규제 움직임이 있다는 자체에 대해 업계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앞서 정부와 정치권이 주도한 대형마트 휴일 영업규제도 골목상권 활성화에는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 의무휴업도 골목상권 활성화에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골목상권 보호를 명목으로 중국 등 해외 관광객이 주 타켓인 면세점 영업을 규제하겠다는 생각을 하는 자체가 문제다"며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기위한 황당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또 정부는 지난달 15일부터 매출액 대비 0.05%이던 면세점 특허수수료율을 매출액 규모별 0.1~1.0%로 최대 20배 인상 적용했다.
적용률은 연간 매출 2000억원 이하 0.1%, 2000억원~1조원은 0.5%, 1조원 이상은 1.0%다. 다만, 중소·중견기업 면세점의 경우에는 현행 특허수수료율인 0.01%를 유지했다.
이번 중국의 조치로 직격탄을 받은 신규면세점들이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대부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데 매출액만을 기준으로 수수료를 더 내야 한다면 부담만 가중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지만, 정부는 수수료 인상을 강행했다.
정부측은 "특허수수료 인상이 이전부터 검토돼 온 사안인 만큼 수수료율 인하를 비롯한 별도의 방안은 계획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면세점 제도 개선 차원에서 특허수수료율 인상과 함께 논의됐던 특허기한 연장은 업계가 가장 바라는 법안 중 하나임에도 유야무야됐다.
면세업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나서서 내국인 한도 증액이나 특허수수료 인하와 같은 조치를 취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우선 면세업계에서는 내국인의 비중은 약 15% 규모로 일본과 동남아 등을 합한 10%보다도 큰 고객층인 만큼 이들의 소비를 활성화 하면 일부 보완이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보고 있다. 현재 자국민의 경우 면세점에서 구매할 수 있는 한도는 3000달러, 면세 한도는 600달러로 국한 돼 있다.
특허수수료 인하는 유커 급감에 따른 매출 감소와 업계 간 치열해진 경쟁 탓에 마케팅 비용 등이 많아져 어려움을 겪는 면세업계의 내실을 다질 수 있는 방편으로 꼽힌다.
하지만 정부가 오히려 정반대의 방향을 제시하는 탓에 난감하다는 표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면세점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정부의 결정에서 비롯된 것인데 오히려 제재를 가하는 것은 너무한 처사"라며 "정부가 구제대책을 내놓지 못할 망정 규제를 더해 기업이 피해를 보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함지현 기자 (jihyun03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