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 성상우 기자] 17일 오후 2시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사옥 1층. 김상헌 전 대표가 꽃다발 하나를 품에 안고 미소를 머금은채 로비를 걸어 나왔다.
환송식을 위해 출입게이트를 둘러싸고 기다리던 직원들의 박수가 쑥쓰러운지 김 전대표는 지체없이 차에 탔다. 매출 4조원, 국내 포털 1위 기업 네이버의 최고경영자는 이렇게 소탈하게 떠났다.
회사 차원의 퇴임식은 따로 없었다. 이날 주주총회가 끝난 뒤 직원들이 마련한 자그마한 송별식에서 석별의 정을 나누었을 뿐이다. 한성숙 신임 대표 역시 공식 취임식은 없었다.
8년간 회사를 성장시킨 전 대표이사와 한성숙 신임대표의 교체 과정에 특별한 의전은 없었다.
김 전 대표는 이날 전 직원에게 보낸 메일에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네이버에서 여러분과 함께 한 모든 날이 좋았습니다"라고 적었다.
리더를 떠나보내기 아쉬웠던 직원들은 깜짝선물을 준비했다. "설득하고 경청하며 네이버를 이끌어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마지막날 로비 벽에 걸어 김 전 대표가 출근길에 볼 수 있도록 했다.
네이버는 김 전 대표 체제 하에서 포털 1위 업체 위상을 굳혔다. 한게임 분할과 라인 상장 등 굵직한 현안들을 매끄럽게 처리해 회사의 장기 성장 발판도 닦았다.
김 전 대표가 취임하기 직전인 2008년 1조2080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4조원을 넘어섰다. 8년간 회사 규모를 3배 이상으로 키웠다. 지난해 영업이익 역시 창사 이래 최초로 1조원을 넘어섰다.
네이버는 시무식, 종무식도 하지 않는다. 김 전 대표는 전직원에게 보낸 메일에서 "네이버답게 일한다는 것은 우리가 하는 일의 의미와 본질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적었다. 허세는 버리고 본질에 집중한다는 네이버의 '개성(Personality)'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17년전 포털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던 스타트업 네이버는 이제 자율주행차를 준비하고 있다. 세상이 바뀌고 회사의 위상도 변했지만 네이버는 여전히 군더더기 없다.
김 전 대표는 "웃으며 떠난다"고 말했다. 본인의 소명을 완수하고 박수받는 김 전 대표의 뒷모습은 그 어떤 유명인사의 성대한 퇴임식보다 품위 있었다.
[뉴스핌 Newspim] 성상우 기자 (swse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