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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이동훈 기자] 올 하반기부터 건설사들이 손실을 한번에 털어내는 '빅베스(big bath)'가 줄어들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롤러코스터'식 어닝쇼크와 어닝서프라이즈를 반복하는 건설사 회계관리 시스템에 기준을 제시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건설사 회계관리시스템은 첫 연간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한 현대건설을 모델로 추진된다. 최근 금융당국의 현대건설 회계 감리가 이런 기준을 만들기 위한 작업이란 분석이다.
20일 건설 및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올 하반기부터 향후 건설사 회계를 조사할 때 참고할 수 있는 기준 마련에 착수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수주산업인 건설업계의 회계 시스템을 더욱 자세히 파악하기 위해 현대건설 회계를 조사하고 있다”며 “미청구공사와 공사원가추정 관리 방식에 대한 조사가 올 상반기쯤 끝나면 건설업계의 기준으로 적용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미청구공사, 원가율 관리를 중심으로 현대건설의 회계 장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현대건설의 회계 자료가 기준이 된 것은 모범적인 관리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금감원은 현대건설 회계 감사를 상반기까지 마칠 예정이다. 이를 토대로 건설업종에 적용할 수 있는 회계 관리 시스템을 올 하반기부터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실제 현대건설은 지난 2011년 현대자동차 그룹에 인수된 이후 ‘어닝 쇼크’를 기록한 적이 없다. 경쟁사들이 손실을 숨기다 결국 한방에 털어내던 것과 뚜렷한 차이가 있다. 그만큼 공정 관리가 잘 이뤄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최근 3년여 간 분기 영업이익 2000~2500억원을 꾸준히 기록한 것도 모범사례로 꼽힌다.
이 회사는 해외시장에서 발생하는 손실 추정치를 회계에 수시로 반영한다. 공기 지연과 공사원가 상승, 설계변경 등으로 손실이 예상되면 선반영하는 회계 시스템을 적용하는 것. 부실 위험성을 공사가 끝날 때까지 감추지 않고 파악하는 즉시 반영한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준공 때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는 경우가 발생하지 않는다. 준공 시기에 손실 규모가 예상보다 작으면 이익으로 환입되기도 한다.
모기업인 현대차의 회계 관리도 영향을 미쳤다. 건설업 특수성을 인정하지만,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 회계감사 시스템을 강조하고 있다. 경쟁사보다 깐깐하게 손실을 관리할 수밖에 없다.
현대건설 회계 시스템이 건설업계의 회계 기준으로 제시되면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공기에 따른 공사원가추정 방식이 강조될 전망이다. 공사 진행률에 따라 원가율이 높아질 것으로 파악되면 손실을 회계에 수시로 반영해야 한다.
이 경우 최근 발생한 삼성물산의 호주 ‘로이힐’ 프로젝트와 포스코건설의 브라질 CSP 프로젝트 같은 사례는 발생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이들 건설사는 공사지연과 설계변경 등으로 수천억대 손실을 예상했지만 준공 때까지 회계 장부에 피해액을 제대로 적용하지 않았다. 손실 발생으로 회사 가치가 하락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공사비 일부를 발주처로부터 회수할 것이란 안일한 대처도 피해를 확산시킨 이유다. 결국 손실을 막지 못해 연간 영업이익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사태로 이어졌다.
또한 잠재적 부실로 분류하는 미청구공사도 검토 대상이다. 평균 회수 기간과 적정 규모, 손실률 등을 조사하는 것이다. 이것도 건설업종의 기준점이 될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회계 감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와 관리 현황 등을 다방면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