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국제 유가가 내림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시기적인 여건이 석유업계에 더욱 커다란 충격을 가할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관련 업체들에 대한 금융권의 신용 라인 재평가 시기와 유가 하락이 맞물리면서 이중압박을 모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다.
이와 별도로 골드만 삭스는 미국 셰일 업체들을 필두로 대형 프로젝트가 꼬리를 물면서 2017~2018년 사이 원유시장이 심각한 공급 과잉을 맞을 것이라고 전망해 관심을 끌고 있다.
원유 <출처=블룸버그> |
22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장중 1% 이상 하락하며 배럴당 47달러 선으로 밀린 뒤 간신히 48달러 선에서 마감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를 호재로 바닥을 친 유가는 배럴당 54달러 선을 밟은 뒤 추가 상승을 위한 모멘텀을 찾지 못한 채 반락, 12% 가량 떨어졌다.
이날 브렌트유 역시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장중 한 때 1.4% 급락하며 배럴당 50.23달러에 거래, 4개월래 최저치로 밀렸다.
월가 애널리스트는 유가가 배럴당 45달러 아래로 떨어질 경우 관련 업체에 대한 금융권의 신용라인이 크게 축소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앞서 2015년 말부터 이뤄진 신용한도 재평가 과정에 미국 석유 탐사 업체들의 평균 여신 한도가 16% 급감했고, 이 같은 상황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얘기다.
맥쿼리 캐피탈의 폴 그리겔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4월이 원유시장과 석유업계에 굉장히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며 “유가가 내림세를 지속하면 은행권이 담보 가치 재평가를 실시해 여신 한도를 낮출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드 맥킨지에 따르면 올해 석유업계의 예산은 약 250억달러로 지난해에 비해 11% 늘어났다. EOG 리소시스와 콘티넨탈 리소시스가 올해 자본 지출을 무려 44%와 68% 늘리기로 하는 등 주요 업체들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설 태세다.
시장 전문가들은 WTI가 배럴당 50달러 선을 회복할 가능성이 없지 않지만 이 경우에도 금융권은 유가 안정성과 중장기 흐름에 대해 면밀히 분석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날 골드만 삭스는 보고서를 내고 원유시장의 공급 과잉을 경고했다. 미국 셰일 업계를 중심으로 대형 프로젝트가 가동되면서 산유량이 하루 백만 배럴 가량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골드만 삭스는 “2017~2019년 사이 메가 프로젝트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이며, 이와 동시에 지난 2011~2013년 단행된 프로젝트의 원유 공급이 본격화되면서 원유시장의 공급 과잉 사태가 악화될 것”이라며 “OPEC이 8년만에 실시한 감산이 의도와 달리 셰일 업계를 돕는 셈이 됐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OPEC 회원국들의 원유시장 점유율이 중장기적으로 축소될 것이라고 골드만 삭스는 예상했다.
로이터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월가 애널리스트는 OPEC과 비회원 산유국들이 당초 목표했던 원유시장의 수급 균형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현재 진행중인 감산을 연장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메르츠방크의 카스텐 프리치 애널리스트는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투자자들 사이에 OPEC의 감산 효과를 둘러싼 회의론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며 “원유 수급 균형에 대한 기대가 크게 꺾였다”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