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동훈 기자] 대형 건설사들이 올해 아파트 분양사업에서 고전하고 있다.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장점에도 비인기 지역에선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23일 건설업계 및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발생한 주요 대형 건설사의 미분양 주택은 3500여 가구에 달한다.
작년 말까지 아파트 미분양이 제로(0)에 가까웠다는 점과 비교하면 급증한 수치다.
대림산업은 이달 분양한 ‘e편한세상 영종하늘도시2차’에서 미분양 998가구를 기록했다. 총 1515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65%가 미달했다. 공항철도 영종역 개통, 파라다이스 복합리조트와 씨사이드파크 개장 등 지역 개발 호재가 풍부했지만 수요자 유인에 실패했다.
대림산업이 분양한 'e편한세상 영종하늘도시2차' 견본주택 모습. 내방객이 1만5000명에 달했으나 청약자는 500여명에 불과했다.<사진=대림산업> |
이 단지는 최고 28층, 18개동, 총 1520가구로 짓는다. 2019년 1월 입주 예정이다.
앞선 지난 1월에는 현대산업이 경기도 동탄2신도시 A99·100블록 분양에 실패했다. 총 980가구를 공급해 미분양이 541가구 발생했다. 전체 물량 중 미분양이 절반이 넘는다.
작년 말부터 공급과잉 현상이 나타났고 동탄2 지역 외곽에 위치한 입지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입주는 2019년 3월 시작한다.
GS건설은 2월 경기도 ‘오산시티자이 2차’에서 871가구 미분양을 떠안았다. 전체 1090가구 중 80%가 미달할 정도로 고전했다. 지난 2015년 4월 분양한 오산시티자이 1차(2040가구)가 웃돈이 거의 붙지 않은 상태로 거래되자 2차 분양에는 투자수요의 발길을 끊었다.
오산시티자이2차는 최고 29층, 총 10개동, 전용면적 59~102㎡, 1090가구 규모다. 오는 10월 입주 예정인 1차와 합쳐 총 3130가구 대단지로 꾸며진다. 2019년 10월 입주 예정이다.
건설사들이 미분양 가구에 느끼는 부담은 이보다 더 크다는 시각이 많다.
청약 경쟁률이 극히 저조해 청약통장을 사용하지 않고 계약하는 선착순 모집도 쉽지 않다. 미분양을 단기간에 해소하기 어려운 구조다. 게다가 웃돈 형성이 사실상 불가능해 청약에 당첨된 투자수요도 발을 뺄 공산이 크다. 이런 이유로 분양 업계에선 청약 당첨자의 실제 계약률은 60~70% 수준으로 분석하고 있다. 연초 이후 대형 건설사의 미분양이 3500여가구로 추정되지만 실제 미계약 주택은 6000가구에 달한다는 뜻이다.
이와 함께 주택시장에 불확실성이 커진 것도 우려하는 부분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국내 대출금리가 꿈틀대고 있고 오는 5월 조기 대선으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되고 있다.
J부동산투자 한수민 대표는 “주택경기 불확실성에 강남권 재건축 단지를 제외하곤 청약 기간 내 완판을 자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금리 인상, 조기 대선으로 주택경기가 더욱 내려앉을 경우 최근 2년여간 주택사업으로 호황을 누리던 건설사들도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