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강필성 기자] 우리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구조조정 사태에 표정 관리 중이다. 다른 시중은행들이 대규모 손실을 감수해야할 상황이지만 유독 우리은행은 느긋하다. 이미 2010년부터 조선해운업종을 위험하다고 보고 관리를 시작하고, 충당금도 많이 쌓아놨기 때문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의 대우조선의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약 2300억원(무담보채권 1378억원, RG 등 960억원)이다. 정부는 대우조선 구조조정 방안에서 시중은행의 무담보채권에 대해 80%를 출자전환하고, 20%를 5년 상환유예 후 5년간 분할상환하도록 했다.
우리은행이 정부안에 따른다면 1378억원의 무담보채권 중 1100억원을 출자전환해야한다. 그렇지만 우리은행은 전체 익스포저에 대해 이미 1173억원의 충당금을 쌓아놨다. 충당금이란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대비해 미리 계상하는 금액이다.
결국 우리은행은 대우조선 무담보채권이 주식으로 전환돼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큰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있게 완충제를 마련해놓은 셈이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이 지난 1월 취임 기자간담회를 진행하는 모습. <사진=김학선 기자 yooksa@> |
이는 다른 시중은행의 상황과는 크게 다르다. KEB하나은행, KB국민은행, 신한은행 등은 이번 출자전환으로 손익에 많게는 수천억원의 영향이 있을 전망이다. 이들이 대우조선 익스포저에 대해 쌓은 충당금은 7~12%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시중은행들은 대우조선의 여신을 ‘요주의’ 평가하고, 이에 맞는 충당금을 적립해놨다. 하지만 우리은행이 ‘요주의’ 보다 두 단계 아래인 ‘회수의문'에 맞는 충당금을 쌓았다.
우리은행은 또 이미 2010년 이후로 조선해운업종에 대한 위험관리를 해왔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조선해운업종에 이상 징후들이 나타났다"며 "물동량이 감소하고, 선가가 하락하는 등을 반영해 이 때부터 내부적으로 관리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여기에 이광구 우리은행장의 ‘뒷문 걸어잠그기 전략’도 주효했다. 이 행장은 2015년 취임과 함께 민영화를 위해 부실 여신에 대한 관리를 보다 철저히 했다. 대기업에 편중됐던 포트폴리오의 질적 개선을 시도한 것. 정부에서 매년 압력처럼 내려오던 요청도 민영화를 이유로 거절했던 것도 이 행장의 공으로 꼽힌다.
우리은행의 조선업에 대한 고정이하 여신비율은 매년 빠르게 줄어가는 중이다. 성동조선해양, SPP조선, 대선조선, STX조선해양 등 4개사에 대한 고정이하 여신비율은 2014년 0.48%에서 지난해 말 기준 0.07%까지 줄었다.
우리은행은 앞서 2015년 발생한 ‘모뉴엘 사기사건’ 당시에도 손실이 ‘0’이었다.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모뉴엘 대출의 리스크를 감지하고 채권을 모두 회수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금융권을 떠들썩하게 만든 모뉴엘, 엘시티, 엔피텍, 엔피텍, 온코퍼레이션 등 문제가 된 사건에서 유일하게 우리은행은 모두 빠져있다”며 “우리은행의 철저한 리스크 관리와 잠재부실 예방에 다른 은행도 혀를 내두르는 중”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외환위기 당시 기업금융으로 인해 함께 무너졌던 상업은행, 한일은행이 합쳐져 만들어졌다. 이로 인해 우리은행은 지난해 민영화 이전까지 십수년을 정부의 소유 은행으로 지내야 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과거의 경험 때문에 내부에서 ‘몰빵은 안된다’는 기조가 있었다”며 “기업에 대한 대출 리스크 관리에 철저해질 수밖에 없었는데, 특히 조선업종은 최근 몇 년간 급격하게 악화되고 있어서 민영화를 앞두고 부실 충격을 완화시키기 위해 각별한 노력을 해왔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