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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대우조선 직격탄] 부실 불거진 2014년부터 회사채 집중 매수, 정부 압박?

기사등록 : 2017-03-28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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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등급 강등 이후 오히려 포지션 확대
크레딧 전문가 "이해 불가"

[뉴스핌=김선엽 허정인 기자] 국민연금이 2014년부터 2년여에 걸쳐 대우조선해양 회사채를 집중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우조선의 신용등급이 'AA-'일 때 국민연금은 직접운용으로는 대우조선 회사채에 투자를 전혀 하지 않다가 오히려 등급이 강등되자 대거 매수한 것이다. 

현재 국민연금은 대우조선 회사채 발행잔액의 30%에 해당하는 3900억원의 회사채를 보유하고 있는데 업계에서는 이들 대부분을 국민연금이 5년 전인 2012년 무렵 사들인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2014년과 2015년 각각 1000억원, 1500억원의 대우조선 회사채를 사들인 것이다. 

2014년부터 대우조선의 실적부진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지면서 주가가 폭락하고 신용등급이 연속으로 강등되는 등 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졌던 것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 크레딧(회사채) 전문가들의 평가다. 

한 채권 매니저는 "투자 사이즈를 보니 정부 지시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의 대우조선해양 회사채 투자 내역 <자료=정춘숙 의원실이 제공한 내용을 뉴스핌이 재구성>

28일 뉴스핌이 정춘숙 국회의원실이 제공한 국민연금의 대우조선 투자 자료를 자체 분석한 결과, 국민연금은 2014년과 2015년에 신규투자로 대우조선 회사채를 각각 1000억원, 1500억원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은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직접운용으로는 대우조선 회사채를 전혀 사지 않았다. 단지 위탁운용으로만 2013년까지 1548억5000만원을 투자했다. 직접운용은 국민연금의 자체 판단으로, 위탁운용은 운용을 위탁받은 자산운용사가 투자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국민연금은 대우조선의 부실 문제가 불거진 2014년부터 집중적으로 신규매수에 나서 총 2500억원의 자금을 쏟아 부었다. 

당시 대우조선은 실적 수주절벽과 해양플랜트 부실 문제로 주가가 급락하던 때다. 2014년 6월 정성립 신임 사장은 해양플랜트 손실분을 2분기 실적에 반영하겠다고 시사했다. 또 8월에는 신용등급 전망이 하락했고 9월에는 등급 강등의 부침을 겪었다. 2015년 7월에는 대우건설과 함께 회계조작 의혹까지 제기됐다. 

이에 국민연금은 당시 보유하고 있던 대우조선 주식을 급하게 내다팔았다. 반면 회사채에 대해서는 총알받이 역할을 한 셈이다. 

주식시장의 경우 개인들의 비중이 높지만, 회사채 시장은 사실상 기관의 전유물이다. 또 대형 금융기관의 채권 매니저들은 어지간히 간이 크지 않은 이상, 부실 위험이 깃든 채권은 사지 않는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증권사의 한 채권 매니저는 "2014년, 2015년이면 크레딧 채권을 운용하는 사람들은 아무도 대우조선해양을 안 쳐다볼 때"라며 "당시에 대우조선이 회사채를 발행했다고 해서 대체 누가 샀나 궁금했는데 이제 보니 (국민)연금이었다"고 말했다. 

2015년 10월 정부는 서별관회의를 열어 대우조선에 대한 지원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한 보험사의 채권 매니저는 "상식을 가진 매니저라면 저런 운용을 하지 않으며, 설령 사겠다고 해도 위에서 승인이 나지 않는다"라며 "외부 압력이 있었다고 밖에 해석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실제 2012년만 해도 국민연금 위탁운용기관의 대우조선 채권투자 잔액은 1400억원이었으며 2016년 3월까지 1488억으로 88억원 느는데 그쳤다. 국민연금의 직접운용과는 큰 차이를 보인 것이다. 

주가 역시 2013년 말 38만8500원에서 2015년말 3만8000원으로 10분의 1토막이 났다. 이 기간 국민연금은 2412억원의 주식운용 손실을 입었는데, 반대로 채권 투자 비중은 늘린 것이다. 

대우조선해양 주가 추이 <출처=네이버>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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