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로봇의 미국 일자리 점령은 이미 현실화됐을 뿐 아니라 그 파장이 작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데이터가 공개됐다.
고용은 물론이고 시간당 임금도 로봇으로 인해 저하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일자리 창출도 새로운 각도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었다.
28일(현지시각) 전미경제연구소(NBER)에 따르면 지난 수 십 년간 새롭게 도입된 로봇 한 대 당 일자리가 6.2개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파눅의 공장 로봇 <사진=블룸버그> |
이번 연구 결과는 중국이나 멕시코 수입품 증가와 사무용 컴퓨터 소프트웨어 등 같은 기간 거시경제나 기술 측면의 변수가 일으킨 영향을 배제한 것이다.
이를 감안할 때 새로운 로봇 한 대로 인해 고용이 0.2~0.3% 하락한 한편 임금 역시 0.25~0.5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대런 아세모글루 이코노미스트와 보스톤대학의 파스컬 레스트레포 이코노미스트는 보고서를 통해 “로봇으로 인한 일자리 타격이 거의 모든 직종에 걸쳐 확인됐다”며 “특히 블루컬러 직종과 조립, 기계, 운송, 그 밖에 수동적인 업무에 종사하는 이들의 피해가 가장 컸다”고 밝혔다.
건설과 비즈니스 서비스, 소매 등의 직종 역시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로봇의 근로자 교체가 분명히 확인됐다고 이들은 전했다.
앞으로 파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국제로봇협회에 따르면 현재 가동중인 산업용 로봇은 150만~175만대에 이른다.
이는 2025년까지 400만~600만으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며, 무엇보다 자동차와 전자 산업의 로봇 도입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산업용 로봇은 조립과 소재 관리, 팩키징, 용접 등 인력의 도움 없이 전적으로 자동화 공정을 시행하는 기기들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스타버스의 커피 메이커나 엘리베이터 등은 제외됐다.
이번 조사 결과는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의 최근 발언과 상반되는 것이다. 그는 CNBC와 인터뷰에서 로봇의 일자리 점령은 100년 후에나 발생할 일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한편 컨설팅 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역시 로봇의 일자리 위협에 관한 보고서를 내놓았다. PwC는 산업 자동화로 인해 2030년대 초반까지 미국의 일자리가 38% 급감할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했다.
영국과 독일, 일본 등 주요 선진국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 같은 시점에 로봇으로 인한 독일의 일자리가 35%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한편 영국과 일본의 피해가 각각 30%와 21%에 이를 것이라고 PwC는 내다봤다. 선진국 가운데 특히 미국의 파장이 클 것이라는 얘기다.
미국 제조업계 일자리는 1979년 약 2000만개로 정점을 찍은 뒤 장기적으로 감소, 최근 1200만으로 줄어들었다. 일자리 감소의 가장 커다란 요인은 각종 로봇의 도입에 따른 자동화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