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연순 기자] 금호타이어 우선매수청구권을 갖고 있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채권단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금호타이어 매각도 복잡한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소송을 예고한 박 회장이 소송과 별개로 '금호' 상표권 사용 불허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카드가 현실화한다면 채권단이 중국 더블스타와 맺은 매각 계약도 재검토돼야한다. 극단적인 경우 딜(Deal)이 깨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31일 금융권과 채권단에 따르면 박 회장은 채권단이 요구한 컨소시엄 구성안과 구체적인 자금조달 계획안을 제출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또한 산업은행이 다음달 19일로 못박은 우선매수청구권 행사 기한을 인정하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채권단은 '우선매수권 행사기한 내에 구체적이고 타당성이 있는 컨소시엄 구성안을 제출할 경우 허용 여부를 재논의한다'는 조건부 컨소시엄 허용 방침을 박 회장측에 전달했다.
하지만 '컨소시엄 허용' 여부를 놓고 양측이 대립하면서 박 회장은 소송에 나설 것이라고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소송전에 돌입해 매매계약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고 장기화하면 컨소시엄인 더블스타가 딜을 깨고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채권단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서 박 회장과 산업은행이 빅딜을 통해 박 회장이 양보를 하면 모르겠지만, 박 회장이 (소송으로) 끝까지 물고 늘어지면 딜이 지연되거나 딜이 깨질 수도 있다"면서 "소송 뿐 아니라 상표권 문제 등 금호타이어 매각에 있어 여러가지 변수가 상존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 회장은 금호 상표권 사용 불허 카드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호타이어 주주협의회(채권단)는 중국 타이어업체 더블스타와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면서 거래 종료 후 5년간 '금호 상표권'을 쓸 수 있도록 했다. 1조원에 달하는 주식매매가격에 금호 상표권 사용 가격이 포함돼 있다는 얘기다.
금호 상표권을 갖고 있는 금호산업이 채권단에 사용을 허락하지 않을 수 있다. 또는 상표권 사용료를 높일 것을 요구할 수도 있다. 이 경우 더블스타가 채권단사이에 가격재조정이 불가피해진다.
채권단 관계자는 "더블스타가 '금호' 상표권을 사용한다는 가정하에 가격을 써냈을텐데 상표권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면 금호타이어 매매가격이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며 "가격조정이 있게 되면 추가적으로 채권단 동의과정과 재결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결국 박삼구 회장이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금호타이어 매각 성패의 키를 쥐고 있는 셈이다.
한편, 산은 관계자는 "(박 회장이) 정해진 기간 내에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더블스타와 매매절차를 계속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상표권 문제에 따른 매각가격 조정에 대해선 "(박 회장이) 소송으로 가겠다는 입장인 상황에서 매각가 조정을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