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영태 기자] 북한이 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간 첫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북극성 2형'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한국과 미국, 중국을 겨냥한 협상용 카드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북한의 북극성-2 미사일 발사 <사진=노동신문/뉴시스> |
정부 고위관계자는 뉴스핌과 통화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가 미국이 임계점으로 여기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로 바로 가지 않고 단계적인 미사일 발전 기술을 보여주는 것을 감안했을 때 정상회담을 앞둔 미국과 중국, 한국에 보내는 협상용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일반적인 국가들은 자신들의 군사기술을 숨기는 게 보통인데 북한은 정반대로 자국의 미사일과 핵개발 기술을 만천하에 공개하고 있다"며 "이는 역으로 생각하면 북한이 미국과 한국, 중국을 상대로 협상을 원한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미중 정상회담을 앞둔 북한의 이번 탄도미사일 발사는 관심끌기용 무력시위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IRBM인 북극성 2형은 주일미군기지는 물론 괌 미군기지까지 사정권에 둬 미국을 겨냥한 무기로 간주된다. 고각발사 방식으로 쏘면 한국도 사정권에 들어간다.
따라서 북한이 이번에 ICBM이 아닌 북극성 2형을 쏜 것은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무력시위를 하되 수위 조절을 하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앞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의 보고를 받은 직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긴급 소집하고 북한의 후속 도발 등에 대비한 철통 같은 대비태세를 강화할 것을 지시했다.
김 실장은 황 대행의 지시에 따라 오전 8시30분부터 청와대 위기관리상황실에서 NSC 상임위를 주재하고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관해 분석하고 대처 방향을 점검했다.
청와대는 "금번 회의에서는 북한의 핵실험 등 다양한 형태의 추가도발 가능성에 대해서도 점검하고, 북한이 추가 도발을 감행할 경우 강력히 대응하기로 하였다"고 밝혔다.
정부는 NSC 상임위 직후 외교부 대변인 논평을 통해 "북한이 신포 일대에서 올해 들어 네 번째 탄도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다"며 북한의 무모한 도발이 자멸을 앞당기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논평은 "이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에 따른 일련의 안보리 제재 결의에 대한 노골적 도전"이라며 "한반도뿐만 아니라 국제사회 전체의 평화와 안전에 대한 위협 행위"라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북한 정권의 무모한 도발은 화학무기를 사용한 김정남 암살과 더불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의지와 징벌적 조치를 더욱 강화시키고, 결국은 자멸을 앞당기게 될 것을 분명히 직시해야 한다"며 "북한의 도발에 대해 안보리를 중심으로 국제공조를 강화하고, 한미연합방위태세를 바탕으로 국민 생명과 국가 안보를 지켜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합동참모본부는 관련브리핑에서 "오늘 오전 6시 42분경 북한이 함경남도 신포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불상의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으며 비행 거리는 약 60여km"라며 "한미 양국 군의 초기 분석 결과, KN-15(미국이 북극성 2형에 부여한 명칭) 계열 미사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합참은 "정상비행 또는 성공, 실패 여부 등 추가 정보에 대해서는 한미가 정밀 분석 중"이라며 "우리 군은 북한의 도발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만반의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KN-15는 북한이 지난 2월 12일 평안북도 방현 일대에서 발사한 IRBM인 북극성 2형에 미국 측이 붙인 이름이다. 미 태평양사령부도 이날 북한이 쏜 미사일이 KN-15이며 약 9분 동안 비행했다고 발표했다. 태평양사령부는 KN-15를 MRBM(준중거리) 탄도미사일이라고 표기했다.
북한은 이동식발사차량(TEL)에서 미사일을 쏜 것으로 알려졌지만, 미 태평양사령부는 함남 신포 일대 지상 발사시설에서 발사됐다고 설명했다. 미사일의 발사 방위각은 동해 방향으로 93도, 최고고도는 189㎞로 분석됐다. 북한이 쏜 탄도미사일은 발사 직후 우리 해군의 이지스함과 공군의 탄도탄조기경보레이더에 포착됐다.
연합뉴스는 정보 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오늘 발사한 미사일은 지상의 이동식 발사차량(TEL)에서 발사됐다"며 "어떤 기종인지는 계속 분석 중"이라고 전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TEL에서 미사일을 쐈는지, 이번 발사가 실패한 것으로 평가되는지 등에 관한 질문에는 "추가 분석 중"이라고 답했다.
북한의 북극성 2형 발사는 지난 2월 12일 발사에 이어 두 번째로 52일 만이다. 당시 북한이 쏜 북극성 2형은 동해상으로 500여 ㎞를 비행해 성공한 것으로 평가됐다. 고각으로 발사돼 최고고도가 520여 ㎞로 파악됐다. 이번에는 고각발사하지 않았다고 군은 설명했다.
이에 따라 북한이 북극성 2형의 정확성과 신뢰도를 높이고자 추가 발사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극성 2형의 개량형인 '북극성 3형'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지난달 22일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무수단급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 발사를 시도했다가 실패한 지 14일 만이다. 북한은 지난달 6일에도 평북 철산군 동창리 일대에서 스커드 개량형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 4발을 쐈다.
[뉴스핌 Newspim] 이영태 기자 (medialyt@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