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오승주 기자] 서울 중랑구에 거주하는 김미영(가명·40)씨는 대선후보 공약 가운데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학제개편’이 유난히 눈에 들어온다. 첫 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인 김씨는 현재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으로 편성된 학제는 대학입시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어릴 적부터 입시를 위한 기계가 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김씨는 "초등학교 6년은 입시예비반, 중-고교는 입시본격반으로 학제가 짜여져 있어 어릴 때부터 공부에 치일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일부 교사들도 수십년간 이어져 온 구태의연한 제도에 물들어져 있어 시스템을 바꿔 전체적인 교육제도의 변화를 유도하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라 본다”고 말했다.
현행 6-3-3 학제는 1951년 처음 시작돼 지금까지 70년 가까이 이어져 온 제도다. 농업국가를 거쳐 성장기 산업 시대에 필요한 맞춤형 인재를 배출하기 위해 적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창의성과 다양성, 개성을 요구하는 4차 산업혁명기를 맞이해 시대에 뒤처진 제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밝은 표정으로 토론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 안철수 학제개편 핵심은 ‘5-5-2’ 시스템
안철수 후보의 학제개편 공약은 다른 대선주자들에 비해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핵심은 기존 ‘6-3-3’ 시스템을 ‘5-5-2’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만 3세에 유치원에 입학한 뒤 5세부터 초등학교에 들어간다. 학제 개편으로 초등학교 과정이 1년 줄어드는 대신 중등학교 과정이 2년 늘어난다. 중학교를 졸업한 뒤 자신의 진로와 적성을 파악해 2년 과정인 직업학교나 진로학교로 진학한다.
직업학교를 마치면 직장을 구해 사회에 진출하고, 진로학교는 대학으로 진학하는 방식이다. 학업에 소질이 있는 지 없는 지를 청소년과 부모가 ‘공부머리’에 맞게 적성을 파악해 학업에 따른 스트레스를 줄이고 대학입시에만 매몰된 사회 분위기도 학제를 통해 바꿔보겠다는 의도다.
이를 위해 장기 교육플랜을 수립하지 못하는 교육부를 폐지하는 대신 국가교육위원회와 교육지원처를 신설해 교육10년 계획을 합의하고 점진적으로 학제개편을 추진, 교육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겠다는 구상이다.
◆ 손에 잡히는 ‘알맹이’ 제시
안 후보의 교육공약은 다른 대선후보들에 비해 손에 잡히는 알맹이가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다른 후보들이 단발성 응급대책을 제시하는 반면 학제개편이라는 교육의 틀을 뜯어고치는 큰 그림을 제시하면서 정책 수준에서 한발 앞선다는 평가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교육정책 공약으로 일반고 전성시대와 대학입시 3단계 단순화를 제시했고,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일반고 공교육 정상화와 정권이 교체돼도 입시제도를 쉽사리 바꾸지 못하도록 하는 ‘대학입시 법제화’ 추진안을 내놨다.
하지만 국민들의 머릿속에 강한 임팩트를 주지 못하고 있어 안 후보의 교육정책이 상대적으로 고민이 곁들여진 정책이라는 평가다.
정부 한 관계자는 “그동안 학제개편에 대해 많은 논의가 진행돼 왔지만 워낙 복잡한 사안이 얽혀 있어 쉽게 진행되기 힘들었다”며 “학제 시스템을 바꾸면 시스템뿐 아니라 사회적 기회비용에 따른 효과 등 파급력이 크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 여부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세종=뉴스핌 Newspim] 오승주 기자 (fair7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