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허정인 기자] 신용평가사들이 조선업계의 신용등급을 잇달아 하향 조정하는 가운데 이들 회사의 차환자금 마련이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 등급이 강등된 삼성중공업의 경우 2월 만기물량 전액을 현금으로 상환했고 현대중공업은 사모채 발행을 통해 채무를 갚았다. 자금 마련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2014년 현대중공업이 세계 최초로 건조해 노르웨이 회그 LNG사에 인도한 17만㎥급 LNG-FSRU 모습. <사진=현대중공업> |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을 제외한 4대 조선사가 향후 1년간 갚아야 할 회사채는 1조5300억원에 달한다. 이중 삼성중공업(A-, 부정적)은 7000억원, 현대중공업(A-, 부정적)은 1년동안 6600억원의 회사채를 갚아야 한다.
다만 이들 회사의 자금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신용평가사들은 빅2 조선사인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의 신용등급을 기존의 ‘A, 부정적’에서 ‘A-, 부정적’으로 강등시켰다. 조선업의 발주환경이 전반적으로 저하되고 있고 수주실적 부진도 지속하고 있어 잔고가 축소됐다는 평가를 공통적으로 받았다. 앞서 한국기업평가는 지난달 30일 삼성중공업 신용평가를 이보다 더 낮은 ‘BBB+, 부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또 두 기업은 주력사업의 매출 둔화, 구조조정으로 인한 고정비 부담 증가, 업황 불확실성 등을 근거로 등급전망 ‘부정적’을 받았다. 등급 추가하락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조선업의 경우 공모 회사채 발행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유가 상황, 선박 가격 등 여러 지표들을 보건대, 신규 수주가 많이 나올 것 같지 않고, 업황 자체가 단기에도 회복되지 않겠지만 장기적으로도 호조로 돌아선다고 보기 어렵다. 공모시장에서 발행 수요를 잡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후 현상을 보이듯 삼성중공업은 올해 2월 중 만기를 맞은 삼성중공업89-2 발행액 전액(4000억원)을 현금으로 상환했다. 또 현대중공업은 올해 2월 만기물인 현대중공업116-1 2000억원을 사모채 발행으로 갚았다.
이에 대해 시장 시장 전문가는 “지난해 결산 기준으로 현대중공업만 흑자 전환되는 등 조선업 중에서 현대중공업이 제일 나은 편인데, 이 회사가 공모채 시장에서 조달이 어려워 사모시장으로 돌아선 것을 보면 줄줄이 조선업계의 공모발행이 어렵다고 보면 된다”며 “다만 삼성의 경우 지난번 삼성전자에서 중공업의 유상증자를 돕는 등 추가 대규모 손실이 날 때 계열사 지원이 있을 수도 있어 올해 2000억원어치 현금 상환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허정인 기자 (jeong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