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기락 기자] 검찰이 청구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구속영장을 법원이 12일 기각하면서 검찰도 우 전 수석의 방패를 뚫지 못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이어 두번째 영장이 기각된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권순호 영장전담판사는 12일 “혐의 내용에 관하여 범죄성립을 다툴 여지가 있고, 이미 진행된 수사와 수집된 증거에 비추어 증거인멸 및 도망의 염려가 있음이 충분히 소명되지 않아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구속영장 기각 배경을 설명했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특별수사본부를 만들어 국정농단 사태를 수사하다가 지난해 12월 박영수 특별검사팀으로 넘겼고, 특검은 3월 초 다시 2기 특수본으로 넘기며 수사를 이어갔다.
검찰은 지난 6일 우 전 수석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13시간 동안 조사를 벌였다. 검찰은 우 전 수석 보강수사 과정에서 두 가지 혐의를 새롭게 추가했다. 직권남용 범죄 사실은 동일하지만, 사안이 달라 구속에 무게가 실렸다.
추가 혐의는 우 전 수석이 ‘비선실세’ 최순실 씨와 마찰을 빚었던 대한체육회에 대해 감찰을 계획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계획을 세웠다가 막판에 접은 것을 직권남용으로 검찰이 판단한 것이다.
두 번째는 위증이다. 세월호 참사 때 해양경찰 수사 당시 우 전 수석이 ‘압수수색을 꼭 해야 하느냐’며 이를 하지 않는 방향으로 수사팀에 압박 전화를 하고도, 청문회에서는 상황 파악만 했다며 개입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말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세월호 사건 수사를 벌였던 윤대진 부산지검 2차장검사와 변찬우 변호사를 조사했다. 또 우 전 수석과 관련된 50여명의 참고인을 조사하는 등 수사 그물망을 바짝 조였으나 우 전 수석 구속은 실패했다.
법원의 영장 기각은 이런 우 전 수석의 행위를 민정수석 정상업무의 일환으로 본 것으로 해석된다.
우 전 수석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함께 법을 잘 알고, 잘 피해간다는 뜻으로 ‘법꾸라지’란 비판을 받아왔다. 우 전 수석은 ‘리틀 김기춘’으로 불리는 만큼, 이번 국정농단 사태의 핵심으로 지목돼왔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우 전 수석 영장 기각에 따라 검찰의 추락한 신뢰도는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차기 정권에서 강도 높은 검찰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