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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이홍규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올해 말 금융위기 이후 사들인 4조3000억달러의 모기지 채권과 국채를 축소하겠다고 시사했음에도 국채 시장은 잠잠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연준이 '점진적이고 예측가능한 방법'으로 정책을 이행할 것이라는 기대가 일부분 반영된 때문이다.
하지만 분석가들은 금융 위기 이후 국채 시장을 둘러싼 거시 환경이 변화했다는 맥락에서 국채와 모기지 시장의 메커니즘을 살펴보면 시장에 변동성이 되살아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특히 몇년 전과 달리 올해 말은, 주요국 중앙은행이 완화정책을 거둬들일 것으로 보이는 시기라는 점에서 만기 상환된 원리금으로 다시 채권에 투자하는 연준의 '재투자' 정책 종료는 어떤 방식으로든 시장에 영향에 미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국채 시장에 변동성을 일으킬 수 있는 5가지 요인을 9일 자 블룸버그통신과 파이낸셜타임스(FT)의 보도 내용을 토대로 압축 정리해봤다.
<사진=블룸버그통신> |
▲모기지 채권 시장 공급·수요 변화= 연준은 1조7700억달러의 모기지담보부증권(MBS)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시장의 31%에 해당한다. 연준이 보유 MBS를 축소하기 시작하면 추가 공급 물량으로 MBS와 국채 금리 간 스프레드(차이)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분석가들은 매달 50억달러의 추가 공급 물량이 나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14년 10월 연준이 양적완화(QE)를 종료하고 난 뒤 페니메이 30년 만기 MBS 금리와 동일 만기 국채 금리 차이는 90~144bp(1bp=0.01%포인트)에 머물렀다. 그러나 시장이 연준의 재투자 축소를 가격에 반영하면 이 차이는 추가로 5~10bp 벌어질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10~20bp까지 추가 확대될수 있다고 씨티그룹은 전망했다.
▲운용사 헤지성 국채 매도= 대차대조표 축소 과정에서 연준이 금리 인상을 일시적으로 중단하더라도 연준이라는 대규모의 수요자가 사라지기 때문에 모기지 금리는 상승할 수 밖에 없다. 이렇되면 모기지 대출자들의 조기상환과 재대출(리파이낸싱) 수요는 떨어지고 운용사의 MBS의 듀레이션(가중평균만기)은 늘어난다.
그동안 모기지 운용사들은 시장 금리 하락에 따른 대출자들의 리파이낸싱 위험을 헤지하기 위해 장기 국채를 매수해왔다. 모기지 대출자들이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빚을 빨리 갚는다(듀레이션 축소 요인)면 기대 현금흐름이 예상과 달라 자산 운용이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리가 계속 올라가게되면 운용사들이 헤지성으로 매입한 장기 국채들이 매도 매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블룸버그는 진단했다. 만약 연준이 금리 인상과 자산 축소 작업을 동시에 병행하면 국채시장에 가해지는 매도 압력은 더욱 높아진다.
▲기간 프리미엄 상승= 시장이 연준의 자산 축소를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하면 벤치마크인 10년물 국채 금리에 적용되는 기간(텀) 프리미엄도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기간 프리미엄이란 동일 기간에서(예를 들면 10년)에서 단기 국채를 연속해 갖고 있을 때(2년물을 5번 롤오버) 투자자가 얻을 수 있는 수익 대비 10년물 국채를 만기까지 보유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수익을 측정한 것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AML)에 따르면 내년과 내후년에 걸쳐 10년물 기간 프리미엄은 약 47bp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는 모기지채권의 듀레이션 상승과 더불어 5년과 10년물 금리 차를 더욱 확대시킬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BAML의 마크 카바나 전략가는 상관관계가 뚜렷하지는 않지만 기간 프리미엄 상승은 주식과 같은 위험 자산의 매도세를 촉발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단기물 발행 급증= 연준이 국채를 재투자하지 않으면 재무부는 국채 발행을 통해 상환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따라서 재무부의 발행 물량 증가로 국채 금리에 상승 압박이 가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가운데 전문가들은 1년물 미만의 단기물 금리 상승 압력이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했다. 재무부가 추가 자금을 조달하기에 빠르고 값싼 방법으로 단기물을 선호할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해외 수요 감소= 해외 투자자들의 미 국채 수요 감소도 변동성을 일으킬 수 있는 요소로 지목된다. 해외에서 마이너스 금리(-)로 거래되는 국채 규모가 줄면서 투자자들이 미 국채 대신 자국에서 더 높은 소득을 보장해주는 쪽으로 투자 자산을 갈아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이런 현상이 이어질 경우 미 국채 시장에서 43%를 차지하는 외국인 비중이 점차 줄어들면서 자산축소 작업이 진행될 미 국채 시장에 커다란 손실을 가져다줄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도이체방크에 따르면 지난 2월 일본 자산운용사들의 해외 채권 매입 규모는 작년 7월 5조4500억엔에서 1조700억엔으로 감소했다. 유럽에서는 작년 9월까지 1년 간 해외로 순유출된 자금이 7170억달러로 늘어났으나, 현재는 규모가 줄어든 상태다.
[뉴스핌 Newspim]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