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핌=황세준 기자 ] 오는 17일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된지 2달을 맞는다. 삼성은 총수 부재에 이은 그룹 콘트롤타워 해체 충격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다.
14일 삼성에 따르면 미래전략실 해체 후 원적지로 복귀한 임직원들이 여전히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생명 등 소속은 정해졌으나 보직을 받지 못했다. 임시 사무실을 사용하면서 운영비와 비품 등을 타부서에서 끌어 사용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계열사별 임원인사와 조직개편 지연이 이같은 혼란의 배경이다. 매년 연말 이뤄지던 사장단과 임원 인사는 5개월째 무소식이다.
지난 3월 1일자로 부장급 이하 승진 인사가 이뤄졌고 일부 계열사 CEO 변경과 이에 따른 임원 보직 이동, 일부 조직개편 등이 일어났지만 이는 긴급처방에 불과하다는 게 삼성 안팎의 시각이다.
임원인사 지연이 향후 수년간 연쇄적인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매년 임원승진 대상자가 발생하는 만큼 '갈등 없는 적체 해소'가 과제로 남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김학선 기자 yooksa@ |
한 부장급 직원은 "임원인사가 원래 (정기주총 직후인) 3월말 날수도 있다고 해서 지켜보고 있었는데 소식이 없다. 만약 5월 넘어가면 올해는 안할 것 같기도 하다"며 "일부 계열사 임원 보직 이동은 인사라고 보기 어렵다. 그런 정도의 이동은 예년에도 비정기적으로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올해 상반기 대졸 신입사원 채용 일정이 5월말이면 끝난다. 일각에서는 신입사원 배치 시점 전후로는 조직개편 등 변화가 필요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사회 중심의 계열사별 자율경영은 예열 중이다. 삼성전자는 이달 이사회에서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하는 거버넌스(공공경영)위원회를 신설을 결정한다.
거버넌스위원회는 기존 사회공헌(CSR) 위원회 역할을 겸하면서 주주와 회사 간 소통 강화 역할을 맡는다 경영위원회와는 독립적인 성격이다. 다만, 삼성전자 사외이사 중 송광수 전 검찰총장은 (주)두산,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롯데쇼핑(주) 사외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총수 부재와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 해체로 구심점을 잃은 상황은 직원 사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모태기업인 삼성물산의 경우 지난달 79주년 창립기념일에 별다른 행사 없이 CEO 메시지만 방송했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힘 빠진다"는 불만이 나온다.
삼성의 얼굴이던 '그룹 홈페이지'도 지난 3일자로 문을 닫았다. 그룹 홈페이지 주소를 입력하면 이제 삼성전자 홈페이지로 연결한다. 그룹 홈페이지의 주요 콘텐츠였던 이병철 창업주와 이건희 회장 관련 소개페이지는 사라졌다.
한편, 이재용 부회장은 재판을 통해 무죄 입증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13일 2차 공판이 열렸고 14일 3차 공판을 진행한다. 오는 19일부터는 매주 수·목·금요일 재판이 열린다.
이 부회장측 변호인단은 삼성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 사이의 관계를 모른 채 승마지원을 결정했으나 최순실씨측 농단에 의해 정유라씨를 지원하는 형태로 변질됐다고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황세준 기자 (hsj@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