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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0억 투자해 '300억 보장' 받고 합의해 준 국민연금

기사등록 : 2017-04-17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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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주 감자, 출자전환가액 인하 등 관철 못 시켜
대우조선 최종부도시 3400억원 날릴 처지

[뉴스핌=김선엽 기자] 금융당국이 제시한 대우조선해양 채무조정 방안에 대해 국민연금이 결국 합의했다. 하지만 연금이 보장받은 금액은 단돈 300억원에 불과해 팽팽했던 협상의 결과 치고는 초라하다는 지적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17일 대우조선의 자율적 채무조정 방안에 대해 찬성 결정했다고 밝혔다.

연금 측은 “대우조선과 산업은행, 수출입은행이 만기연장 회사채에 대한 상환 이행 보강 조치를 취함에 따라 그 내용을 감안해 수익성과 안정성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심의했다”고 설명했다. 

상환 이행 보강 조치란 채권단이 사채권자 전체에게 청산가치(회수율 6.6%)에 해당하는 1000억원을 보장하는 것을 골자로 한 이행확약서를 의미한다. 결국 기존의 50% 출자전환, 50% 만기 상환유예라는 큰 틀은 그대로 유지됐다. 산은의 보장금액 1000억원 중 연금에게 배정된 금액은 30%인 300억원이다.

대우조선 회사채의 3992억원를 보유하고 있는 연금은 300억원을 보장받고 합의 도장을 찍은 것이다. 이에 대우조선은 당장의 급한 불을 껐지만 연금은 당장 상당한 손실을 감수하게 됐다. 

<사진=뉴스핌>

금융위원회와 산은이 한 팀이 돼 연금을 상대로 진행된 이번 협상에서 연금은 좀처럼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대우조선이 분식회계를 저지른 상황에서 이를 감춘 채 2014년과 2015년 회사채를 발행했는데, 국민연금은 주채권은행인 산은을 믿고 이를 덥석 받았다. 특히 전 산은 임원이 대우조선 CFO로 있는 상황에서 연금은 산은과 안진회계법인의 감사보고서만 믿고 투자를 결정했다. 

국민연금 측은 "금감원에서 공시한 사업보고서, 신용평가사 보고서 등을 토대로 기업 분석 및 시황 분석 등을 거쳐, 포트폴리오 관리 관점에서 해당 종목에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또 "특히 투자시점인 2015년 3월은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여부를 인지할 수는 없는 시점이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는 연금이었지만 분위기는 연금에게 불리하게만 돌아갔다. 이번에 금융당국이 발표한 채무재조정안 역시 사채권자인 연금 측에 불리하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대주주인 산은의 감자가 빠졌고 출자전환가액도 10% 할인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또 대우조선의 실사자료를 산은 쪽에 요구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는다, 어떤 자료가 부족하다는 건지 잘 모르겠다"라는 황당한 답변을 언론을 통해 들어야만 했다.

회사채 시장 관계자는 "산은은 그 동안 자금지원을 결정할 때 대주주 지분의 감자를 줄기차게 요구해 왔는데 정작 산은이 대주주인 이번 사안에서는 감자가 전혀 없다는 점에서 일관성을 찾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에 처음에는 연금 내부에서도 당국의 채무재조정안에 대해 부정적 기류가 감지됐지만 결국 뾰족한 수를 찾지 못 한 연금은 시간끌기에 급급했다. 결국 사채권자 집회를 10시간 가량 앞두고 연금은 전격 합의했다. 

업계에 따르면 17~18일 열리는 사채권자 집회에서 채무재조정안이 가결되고 이후 대우조선이 정상화될 경우 회수율은 56.5%다. 연금은 잘해야 절반 정도를 건진다. 

게다가 다시 위기가 도래해 대우조선이 부도가 나면 주식은 휴지조각이 되고 채권만 극히 일부를 건진다. 전체 회수율은 12% 정도로 하락한다. 이행확약서를 써줬다고 이 수치가 달라지지 않는다. 즉 연금은 3400억원대의 손실을 입게 된다.

산은 관계자는 "회사채와 CP를 합쳐 1조6000억원에 대해 1000억원을 보장하는 것이므로 국민연금이 보장받은 금액은 300억원"이라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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