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핌=황세준 기자 ] 최태원 회장이 '최순실 국정농단' 관련해 무혐의 처분을 받으면서 SK의 대규모 4차 산업혁명 투자와 글로벌 경영에 다시 청신호가 켜졌다.
17일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이 발표한 국정농단 수사결과에는 최태원 회장의 이름이 빠졌다. 혐의가 발견되지 않아 불기소처분 한 것. SK가 최순실측에 실제로 금전을 지급한 사실이 없고 일방적으로 돈을 달라는 요구만 받았다는 점을 반영했다.
이번 발표로 SK그룹은 경영 불확실성에서 벗어나게 됐다. 특히 검찰 수사로 지난해 12월부터 4개월여간 출국금지 상태였던 최 회장이 다시 글로벌 행보를 시작하면서 국내외 투자 등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SK측은 "그간의 오해가 해소됐다"고 언급했다.
최태원 회장 <사진=SK그룹> |
시급한 현안은 SK하이닉스의 일본 도시바 메모리사업 인수전이다. 최 회장은 지난 13일 국내 취재진에게 "도시바 입찰은 아직 법적 구속력이 있는 바인딩(binding) 입찰이 아니기 때문에 금액(인수가격 제시)는 큰 의미가 없다”며 “바인딩 이후에는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도시바 인수전은 SK하이닉스와 대만 홍하이정밀공업, 미국 반도체업체 브로드컴, 미국 웨스턴디지털(WD) 등 4파전 양상이다. 이중에서 홍하이정밀공업은 최대 3조엔(약 31조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SK하이닉스 입찰가로 알려진 2조엔(약20조7000억원)보다 10조원 이상 높다.
그러나 최 회장은 현재 알려진 경쟁사의 제시가격이 본입찰에서는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인수전 완주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업계에서는 도시바 반도체 적정가치를 1조5000억~2조엔으로 추산한다.
도시바는 낸드플래시 메모리 시장에서 글로벌 점유율 19.8%(D램익스체인지 기준)로 삼성전자(36.6%)에 이어 2위 업체다. 점유율 10.4%인 SK하이닉스가 도시바 경영권을 확보하면 삼성전자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최 회장이 올해 초 밝힌 올해 17조원 규모 국내외 투자도 탄력을 받게 됐다. 최 회장은 공격적인 투자와 채용이 위기 탈출의 기본기라고 늘 강조해 왔다.
SK그룹은 17조원 투자 중 65%에 해당하는 11조원을 국내 시설에 집행한다. 고용창출 효과가 큰 시설투자를 통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겠다는 의지다. 이는 최 회장의 경영철학인 '이해관계자 모두의 행복'과도 맞닿아 있다.
투자의 중심은 역시 SK하이닉스(7조원)다. 이 회사는 올해 10나노급 D램 양산과 72단 3D 낸드플래시를 성공적으로 전개하기 위한 투자를 중점 추진한다. 하반기에는 낸드플래시 시장 성장에 대응하기 위해 충북 청주에 신규 공장 건설을 시작한다. 72단 3D 낸드플래시는 최근 기술개발을 완료했다.
시스템반도체인 CIS(CMOS Image Sensor)도 선두업체와의 기술 격차를 좁힌다. SK하이닉스는 신규 생산시설인 이천공장 M14팹을 포함해 향후 46조원의 투자를 기반으로 이천·청주에 각각 신규 생산시설을 추가 구축하고 다양한 차세대 메모리를 지속 개발할 계획이다.
그룹 차원에서는 반도체뿐만 아니라 ICT 계열사간 4차산업형 사업 모델을 경쟁적으로 출시하면서 포스트 반도체 시대를 대비한다.
SK텔레콤은 인공지능(AI) 사업에 주력하기 위해 이달 초 CEO 직속 AI사업단을 독립조직으로 출범했다. 또 5G와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자율주행차에 적용하는 등 융합형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SK㈜ C&C는 IBM '왓슨' 기반의 인공지능 솔루션 '에이브릴'을 중심으로 국내 의료 분야에 진출한 데 이어 IoT,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4차 산업 혁명을 이끌 대표 서비스를 개발한다.
[뉴스핌 Newspim] 황세준 기자 (hsj@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