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황유미 기자] 1300억원대 회삿돈을 횡령·배임한 혐의를 받고 재판에 넘겨진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파기환송심에서 감형됐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4차 항소심 공판을 위해 2012년 5월 31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출석하기 위해 휠체어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서울고등법원 형사4부(김창보 부장판사)는 21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 전 회장의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4년6개월과 벌금 10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3년 6개월, 벌금 6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우리 사회에 기업과 기업인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데, 이는 과거 고도성장 과정에서 마땅히 부담할 책임과 윤리를 저버린 채 탈법적 방법을 동원해 기업을 운영한 탓이 크다"며 "기업과 기업인의 신뢰 회복을 위해 부정행위에 대해 엄격하게 법을 적용하고 책임을 묻는 관행이 정착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금 관리나 운영실태 등을 종합하면 계열사 지원과 무관하게 이 전 회장이 개인적으로 유용하기 위해 부외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파악한다"며 "이 전 회장이 불법적으로 자금을 영득할 의사가 있었다고 본다"고 밝혔다.
또 "직원 다수가 역할을 분담해 조직적이고 치밀하게 범행하고 피해액도 200억원이 넘는 등 죄질이 좋지 않다"고 했다.
재판부는 다만 "조세포탈액의 경우 태광그룹이 2003년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었던 금액은 포탈액에서 제외돼야 하는데 이를 포함한 잘못이 있다"며 "9억3000여만원보다 축소된 5억6440만원만 유죄로 인정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전 부회장은 모친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금 횡령에 가담 정도가 높지 않고, 피해액이 모두 변제됐고 이 전 회장이 간암 수술을 받는 등 건강이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개인적 불행 등 모든 사안을 감안해도 사건이 조직적이고 장기간 계속됐고 범행 수법과 피해 등을 고려했을 때 집행유예를 선고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 전 회장은 세금 계산서를 발행하지 않는 무자료거래와 허위 회계처리 등으로 회삿돈 400억여원을 횡령하고 주식과 골프연습장 등을 싼 가격에 사들여 회사에 975억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로 2011년 1월 구속기소됐다.
1심은 공소사실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해 이 전 회장에게 징역 4년6개월에 벌금 20억원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허위 회계처리로 계열사 대한화섬과 관련한 비자금 조성 혐의를 범죄 사실에서 제외하고 일부 배임을 무죄로 판단해 징역 4년6개월을 선고하고 벌금을 20억 원에서 10억원으로 감형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해 8월 이 전 회장의 횡령 혐의와 관련해 태광산업이 생산한 '섬유 제품' 자체가 아니라 '판매 대금'을 횡령액으로 산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이 전 회장이 섬유제품을 판매한 대금으로 비자금을 만들고 개인적으로 쓰려고 했다고 판단했다. 같은 이유에서 부가가치세 및 법인세 포탈 혐의에 대해서도 다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전 회장은 2012년 6월 간암 치료를 이유로 보석으로 풀려나 치료를 받아왔다. 이날 재판부는 병원 치료를 받는 상황을 감안해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뉴스핌 Newspim] 황유미 기자 (hum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