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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톡톡] 문재인 '절대방패', 안철수 '미래 프레임', 심상정 '걸크러쉬'

기사등록 : 2017-04-27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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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치밀하고 노련한 계산', 유승민 '모범생 함정'

[뉴스핌=조세훈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토론회를 할수록 깊은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프레임 전쟁에서 스스로 무너졌고, 자살골을 넣는 모습도 연출했다.

물론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측의 'MB아바타', '갑철수'라는 네거티브 공격이 억울할 수는 있다. 그러나 '미래'를 바라보는 그가 네거티브식 정쟁에 뛰어든 순간 국민들의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야심차게 제시한 '미래 프레임' 그물을 스스로 찢은 격이다. 급격한 지지율 하락폭은 국민들이 느낀 감정이 실망보다는 배신에 가깝다는 방증이다.

중앙일보-JTBC-한국정치학회 공동주최 2017 대통령 후보 초청 토론회가 25일 경기도 고양시 빛마루 방송지원센터에서 열리기에 앞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윗줄 왼쪽부터 기호순), 자유한국당 홍준표, 국민의당 안철수, 바른정당 유승민(아랫줄 왼쪽부터), 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가 자신의 기호를 상징하는 숫자를 손가락으로 만들어 보이며 웃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 후보는 전체 판을 주도하진 못했지만 함정 속으로 들어가진 않았다. 대세론을 형성한 문 후보는 '절대 방패'를 들고 지키기만 하면 성공한 토론회가 된다. 정치적 동지이자 달변가인 노무현 전 대통령과 달리 토론에 능숙하지 못한 그는 기승전 '이명박, 박근혜' 심판론으로 모든 질문에 맞섰다. 평가가 엇갈렸지만 초기 목적을 비교적 잘 수행한 것만큼은 분명하다. 흔들리지 않는 여론조사 지표가 이를 잘 보여준다.

대선후보 중 유일한 경제전문가인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모범생 함정'에 빠졌다. 유 후보는 예리한 질문과 명확한 논리 전개로 토론회 최고 승자로 평가됐다. 그러나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번다'고 했다. 이번 토론회는 양자토론이 아니다. 남이 잘못하기보다는 내가 잘 해야 지지를 받는다. 유권자의 표심을 자극할 수 있는 유승민식 미래비전, 즉 프레임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그 결과 지지율이란 수확에는 실패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는 막말 뒤 치밀하고 노련한 계산으로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 그는 '전교조', '강성귀족노조', '종북'을 3대 적폐세력으로 규정하고 보수층의 감성을 흔드는 '동성애', '군 가산점'도 제기했다. 적과 아군을 분명히 하는 프레임 설정은 15% 남짓의 강성 보수층에게 큰 호소력을 미쳤다. 마초 감성을 토대로 '트럼프'식 토론을 하기에 '설거지론', '돼지흥분제' 등 여성비하 이슈도 크게 타격받지 않고 넘겼다. TK지역과 보수층 1위 탈환 신호가 연달아 들려오고 있는 이유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 역시 '선명성'을 토대로 지지율 상승곡선의 탄력성을 높였다. 지난 몇 달 동안 3% 박스권에 있던 지지율을 단숨에 8% 남짓으로 끌어올리고 곧 두 자릿수 지지율을 바라본다. '사장님 마인드', '대북송금 우려먹기 실망', '동성애는 인권 문제'라며 각을 세웠다. 토론에서 남성들을 압도하며 '걸 크러쉬'란 별명도 얻었다. 범여권의 한 여성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 추락한 여성정치인의 자존심을 세웠다"고 추어올렸다. 여성과 젊은 진보적 유권자의 지지세를 얻는 모양새다.

일반적으로 토론회는 지지율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스포츠 경기처럼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응원하는 확증편향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다만, 19대 대선 토론회는 룰이 변경됐다. 원고 없는 스탠딩 토론, 현장에서 결정되는 질문과 후보 간 상호검증이 '변수'의 폭을 넓혔다. 토론회 이후 출렁이는 지지율이 이를 잘 보여준다.

물론 이 모든 게 토론 실력으로 규정되지는 않는다. 변경된 토론 룰인 시간총량제, 주도권 토론 방식은 질문하는 자와 질문 받는 자를 규정하게 했다. 홍준표, 심상정 후보는 주로 질문을 한 반면 문재인, 안철수 후보는 대답을 하는 구조였다. 후보들의 토론실력과 별개로 군수 후보들에게 유리한 룰인 것이다. 이 점을 감안하고 남은 두 번의 대선토론회를 지켜보는 게 조금 더 공정한 관전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뉴스핌 Newspim] 조세훈 기자 (askra@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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