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영기 기자] 인도 대법원이 고속도로와 국도에서 500m 이내에 있는 소매점과 레스토랑, 바(Bar) 등에서 술 판매를 금지하는 판결을 하자, 인도의 각 주 정부는 균형재정에 비상이 걸렸다. 민간부문에서도 특급호텔 등 관광산업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폭음과 음주운전 등을 방지할 수 있지만 이런 경제적 타격으로 인도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양상이다.
27일(현지시각) 런던거래소(LSE)에 따르면, 주류회사 디아지오(Diageo) 주식 종가는 전날 대비 5.5파운드 내린 2255.5파운드였다.
디아지오는 젊은층이 두터운 인도의 390억 달러 규모 주류 시장을 주요 타깃으로 하고 있지만, 지난 1일부터 발효된 인도의 금주령 때문에 주가가 상당한 타격을 받았다. 주가가 3월 말 2309.0파운드에서 2283.5파운드로 25.5파운드나 하락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인도 대법원은 국도와 고속도로에서 500m 이내에서 주류판매를 금지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는 소매점 주류 판매를 금지하는 것으로 해석됐지만, 정작 발효 하루 전 3월 말에 대법원은 레스토랑과 고급호텔 바에서 맥주 바도 그 적용 대상이라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날 고급호텔에서 레스토랑까지 외식-주류업은 물론 관광산업이 엄청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출처: 블룸버그통신> |
◆ 관광산업과 州 정부 타격...외국인투자에도 영향
인도는 호텔 매출의 15~30%가 주류 관련 매출인 것으로 업종 애널리스트 크리실 제하니는 추산하고 있다.
인도 호텔-레스토랑 연합회의 딜립 다트와니 부회장은 "인도 호텔업계의 4월 3주간 손실 예상액은 약 10억 달러에 달한다"고 말했다. 인도내 15만개 호텔중에서 고속도로와 국도 500미터 이내에 있는 호텔은 약 8500개이다.
특히 최근 급증하고 있는 인도의 중상층을 보고 확장하고 있는 국제적인 고급호텔들은 터 큰 타격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최대 호텔그룹 메리어트 남아시아부문 니라즈 고빌 부대표는 "몇개 호텔에서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다"며 "마치 인도 도로에 또 다른 구멍이 생긴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금주령의 영향은 호텔산업에 그치지 않고 외국인 투자 계획도 바꾸고 있다. 인터콘티넨탈 호텔그룹의 서남아시아 총책임자 산타 드 실바는 "향후 5년간 인도에서 36개의 호텔을 추가하는 계획이 이번 금주령으로 연기될 것"이라며 호텔의 매력도가 떨어진 점을 강조했다.
금주령에 따라 29개 중 구자라트, 비하르 등 4개의 주 정부는 이미 금주령을 채택했거나 조만간 금주령을 도입할 예정이다. 이 경우 주 정부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주세 수입을 줄여 취약한 주 정부의 재정을 더욱 어렵게 하기 때문이다.
지난 19일 블룸버그통신은 평균적으로 주 정부의 세입 중에서 25% 정도가 주세이라고 보도했다. 재정 적자 폭을 더 키워 향후 주 정부가 차입을 늘릴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인도 현지 법인인 ICRA는 "주 정부들의 차입이 늘어나면서 연 적자 폭은 지역 GDP의 2%에서 2.8%로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인도 연방 정부가 GDP 대비 재정적자 폭을 연 3.2%에서 2년 뒤에는 3.0%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정한 것과 대조된다.
폭음과 음주 운전에 찌든 인도가 금주령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얻겠지만 재정 건전성 측면에서는 상당한 부담을 안을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ICRA의 아디티 나야르 이코노미스트는 "모든 주 정부가 균형재정을 목표로 하고 있고 또 기존 적자를 만회하기 위해 긴축을 할 수 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출처: 블룸버그통신> |
[뉴스핌 Newspim] 이영기 기자 (00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