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광수 기자] 손실제한 ETN(상장지수증권)이 출시 한달이 넘었지만 판매가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사 중에선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만이 그나마 적극적인 상황. 손실제한 ETN은 이론적으로 ELS(주가연계증권)와 ETF(상장지수펀드)의 장점만을 취한 파생상품으로, 상환일에 수익금을 지급하는 측면에서는 ELS와 유사하지만 실시간으로 거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는 ETF와 유사하다.
<사진=한국거래소> |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손실제한 ETN은 3월 말 상장 이후 이날까지 약 한달간 12억1000만원이 판매됐다. 이 중 80%는 NH투자증권의 'QV K200 C-SP와 콘도르, 풋스프레드 1804-01 ETN'에 몰렸다. 나머지 20%는 삼성증권의 '삼성 K200 CALL 1803-01 ETN'등 삼성증권이 상장시킨 ETN에 쏠렸다.
이 외에 대형사인 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이 경우 총 판매액이 수백만원 규모에 그칠 정도로 부진한 상황이다.
NH투자증권은 신한은행과 손잡고 은행권 최초로 신탁용 ETN을 출시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출시 전부터 신한은행 신탁운용부와 연계해서 판매 계획을 세웠다"며 "지금까지 총 10억여원이 신한은행 신탁을 통해 판매가 됐다"고 밝혔다. NH투자증권은 이달 내 은행 신탁 상품을 위한 손실제한 ETN을 따로 상장할 예정이다.
삼성증권은 ETN 시장 첫 해에 가장 많은 종목을 상장시키는 등 ETN 초기 선점에 열을 올린 발행사다. 손실제한 ETN 역시 이러한 선점 효과 등으로 발행사 중 유일하게 개인 직접 매매로 2억원어치 팔았다. 삼성증권은 NH투자증권처럼 올해 안에 신탁 상품으로도 손실제한 ETN을 판매할 예정이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증권사 고객들은 ETN 종목 매매에 익숙하지만 은행 고객들은 종목 매매에 낯선 분위기"라며 "연내 신탁 상품으로 만들어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 역시 연내 은행 신탁 상품 등 여러 판매 채널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은행권에선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이 손실제한 ETN을 신탁상품으로 판매하기로 결정하고 발행사와 협의중이다.
하지만 절대적인 판매 규모가 크지 않아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도 체면치레에 그쳤다는게 업계 지배적인 평가다. 손실제한 ETN은 만기에 기초지수(코스피200)가 하락하더라도 사전에 약정된 수준으로 상환금액을 보장해주는 상품이다. 다만 그만큼 기대 수익률도 경쟁 파생상품인 ELS(상장지수증권)나 ETF(상장지수펀드)보다 낮다는 단점도 존재해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에게는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높은 수익률 추구가 가능한 다양한 구조의 ETN을 허용해 상품성을 높여야 한다는게 의견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손실제한 ETN 시장을 만들면서 업계에 허용한 구조가 다양하지 못하다"며 "그러다 보니 시장 수요에 충분히 부응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높은 수익률을 바라는 투자자에게 어필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구조를 열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최근의 코스피 상승장에서 파생상품의 투자 유인이 떨어지는 것도 손실제한 ETN이 고전하는 이유 중 하나다. 거래소 관계자는 "최근 코스피 지수가 꾸준히 오르며 간접 투자 상품이 소외되는 경향이 있다"며 "아직은 시장 초창기기 때문에, 시장과 일반인 대상으로 홍보가 이뤄진다면 점차 판매규모도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뉴스핌 Newspim] 이광수 기자 (egwangs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