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 이홍규 기자] 도시바 제휴사인 미국의 웨스턴디지털(WD)이 반도체 매각 중지를 요구하며 국제 중재를 신청했다. 이에 따라 도시바의 반도체 사업(도시바메모리) 매각 절차가 지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WD는 이날 도시바메모리의 매각 금지를 요구하고 국제상업회의소(ICC) 국제중재법원에 중재 신청서를 제출했다.
WD는 지난 3월 도시바 이사회에 독점 교섭권을 요구하는 내용의 서한을 보내 도시바메모리 매각에 반대 입장을 내놨다. 제휴관계 규정에 따라 WD의 동의 없이 매각 절차를 밟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WD는 작년 5월 도시바와 욧카이치 생산 공장을 공동 운영하던 샌디스크를 인수하며 도시바와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사진=블룸버그통신> |
WD의 중재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매각 논의는 전면 백지화된다. 니혼게이자이는 ICC의 결정이 나오기까지 일정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어서 매각 절차가 난항을 겪을 경우 도시바의 재건 계획은 영향을 받을 우려가 있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도시바 측은 WD의 주장은 근거 없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쓰가나와 사토시 도시바 사장은 이날 2016회계연도 실적발표에 이어 열린 기자회견에서 "WD 측이 매각 중단을 요구하는 데는 근거가 없다"면서 "우리 주장의 정당성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한 뒤 매각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도시바를 비롯한 일본 정부 측은 메모리 사업 매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4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두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일본 정부가 도시바에 대출 보증을 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마음에 드는 입찰자가 나오지 않아 일본 정부가 직접 나서 원하는 거래를 유도하겠다는 전략이다. 정부가 고려하는 대출 보증 금액은 최대 9000억엔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증 방식은 민관펀드인 산업혁신기구가 전면에 나서는 방식이 유력하다. 산업혁신기구의 자본과, 대출을 통해 지분 51%를 취하고, 나머지를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일본개발은행이 각각 지원하는 방식이다.
한편 도시바는 이날 발표한 2016회계연도(2016년 4월~2017년 3월)에 9500억엔의 최종적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도시바가 독자적으로 발표한 잠정치가 최종 확정될 경우 일본 내 제조업체로서는 사상 최대규모의 적자를 기록하게 된다.
2015회계연도에 4600억엔 적자를 냈던 도시바는 지난 3월말 채무초과액이 5400억엔에 달해 오는 8월 1일부터 도쿄 증시 2부로 강등된다.
도시바가 반도체 사업 매각 등을 통해 내년 3월말까지 채무초과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상장이 폐지된다.
도시바는 당초 이날 결산단신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감사법인과 조정이 불발돼 자사 독자 추산만 발표했다.
[뉴스핌 Newspim]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