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범준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교육공약 중 하나인 '수능 절대평가'와 '자격고사화'를 놓고 교육계가 술렁이고 있다. 문 대통령의 공약은 수능을 통한 줄세우기를 없애고, 공교육을 정상화하겠다는 의지다.
그런가 하면 수능 자격고사화가 고교 내신 부풀리기를 부추기고, 만회할 기회를 없앤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웨이중앙교육이 운영하는 유웨이닷컴이 지난달 12일부터 이달 7일까지 대입 수험생 486명을 상대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72.7%의 수험생이 수능 비중 축소에 반대했다.
반면 수시전형 중 하나인 학생부 종합전형 축소에 대해서는 59.7%가 찬성했다. 대신 69.8%가 정시 강화에 찬성하며 반대 의견(20.9%)보다 세 배 이상을 많았다. 문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걸은 교육 정책의 방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수험생들은 문 대통령의 교육 공약 중 특기자 전형 폐지 등에 대해서는 의견을 함께 하지만, 수능 비중 축소에 대해서는 상당수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수능이) 학생부의 부족함을 만회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수험생들이 반대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고교 3학년 박준영(18)군은 "이미 지나간 학생부와 내신의 경우 남은 기간 노력해도 만회에 한계가 있는데, 수능은 한계가 없다"면서 "수능의 비중이 큰 정시가 강화돼야 수험생들이 희망을 품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학업에 열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교 2학년 이정은(17)양도 "가장 깔끔하고 공평한 평가는 수능"이라면서 "학생부전형은 학교마다 평가가 천차만별이고 오히려 각종 사교육을 양산하기 때문에 줄이는 게 맞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수능 절대평가와 자격고사화의 움직임을 반기는 의견도 있었다.
대학생 정성훈(24·가명)씨는 "수능만 반짝 잘 본 학생보다, 중·고교 6년 학창생활에 충실한 학생이 좋은 평가를 받고 좋은 대학에 가는 게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대안도 제시됐다. 직장인 신명석(32)씨는 "과거 고교 평준화를 시행하고 연합고사를 고입 자격시험화했듯, 대학서열화 문제를 먼저 해결한 다음 수능의 절대평가화나 자격고사화 등을 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중 서울 계성고 교사는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인데, 교육 정책을 수립하는 사람과 정권 성향에 따라 너무 자주 바뀌어서 혼란스럽다"면서 "현장에서는 다른 일선 교사들 뿐만 아니라 학생들도 어느 장단에 맞춰야하는 지 힘들어한다"고 말했다.
이어 "수능이 절대화 혹은 자격고사화되면 다른 새로운 평가 척도가 등장하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학교마다 수준과 상황이 천차만별인데, 대입에 일률적으로 적용 가능할 지도 의문"이라고도 덧붙였다.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은 지난 12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수능 절대평가 시행은 현재 중학교 3학년이 치르게 될 2021학년도로 전망한다"는 한편 "수능 자격고사화나 5등급제 등은 장기적으로 연구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입시에 있어 학교생활을 종합적으로 반영하는 게 핵심이기 때문에 기존의 수능제도를 변화시키는 게 필요하다는 게 설명이다.
김 전 교육감은 지난 19대 대통령 선거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캠프에서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으며 교육공약을 총괄했다. 현재 문재인 정부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김 전 교육감은 대선기간 중인 지난달 27일 한 언론사 주관 교육정책 토론회에 나와 대입 전형을 학생부 교과전형·종합전형·수능전형 3가지로 단순화하는 방안과 수능 절대평가·자격고사화 등에 대해 설명한 바 있다.
[뉴스핌 Newspim] 김범준 기자 (nunc@newspim.com)